5년간 정부부채 증가 속도 선진국 2.5배
고령화 여파... 30년 뒤 재정 계획 만든다
한국의 나랏빚 증가세가 유독 가파르다. 현재는 경제 규모의 절반가량이지만, 2060년에는 지금의 3배로 불어나게 된다. 장기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건전 재정’이 정부의 기조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이 54.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MF가 분류하는 선진국 35개국의 연말 D2 비율(77.1%)보다 23.0%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D2는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국가채무(D1ㆍ중앙정부 부채에 지방ㆍ교육 지방자치단체 부채를 합친 값)에 비영리공공기관의 채무를 더한 광의의 정부 부채 개념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부채 비율이 어느 정도냐가 아니다. 선진 35개국의 GDP 대비 D2 비율이 71.6%에서 77.1%로 5.5%포인트 상승한 최근 5년간(2017~2022년) 한국의 해당 비율 증가폭은 14.0%포인트에 이르렀다. 한국의 부채 증가 속도가 35개 선진국의 2.5배에 달했다는 뜻이다.
이제는 방향마저 거꾸로다. 35개 선진국의 D2 비율은 2020년 82.8%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81.1%, 올해 77.1%로 낮아지는 흐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위축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는 판단에 따라 각국 정부가 재정 기조를 확장에서 긴축으로 전환하면서다. 일종의 정상화 과정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D2 비율은 48.7%, 51.3%, 54.1%로 매년 도리어 높아졌다. 엇갈린 행보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35개 선진국의 D2 비율이 71.9%로 낮아지는 2027년, 한국의 해당 비율은 57.7%로 높아진다는 게 IMF의 예측이다.
한국의 정부 부채 비율 확대는 불가피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ㆍ고령화 추세 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2060년 한국의 D2 비율이 150.1%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D1 기준이지만 국내 기관 예상치도 비슷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회예산정책처는 2060년 한국의 D1 비율이 144.8%, 161.0%에 달할 것으로 각각 추측한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남북 통일이나 고령화 때문에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이 많은 나라”라며 “미래 적자에 대비해 최대한 재정 지출을 효율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새 정부가 서두르고 있는 것이 재정 개혁이다. 특히 사회안전망 등 복지 지출, 교육재정교부금 등 지방 이전 재원, 국고채 이자 비용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무지출을 법령 개정 등으로 통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껏 5년에 그쳤던 재정 운용 계획의 시계(視界)를 30년으로 넓혀 재정 개혁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이른바 ‘재정 비전 2050’으로, 내년 1월쯤 결과물을 공식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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