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계열사 브랜드' 리스트까지 돌아
가맹점, 지난주부터 손님 줄어 '한숨'만
경기 고양시에 사는 직장인 백모(31)씨는 지난주부터 SPC그룹 제품을 일절 사지 않는다. 백씨는 23일 "오늘도 집 앞 파리바게뜨를 놔두고 길을 돌아 다른 빵집을 이용했다"며 "주변 지인에게도 SPC 계열사를 알려주며 불매를 권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34)씨도 "빵은 대체재도 많아 크게 불편할 것도 없다"며 파리바게뜨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무색하게도, SPC그룹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직원 사망 사고와 관련 불매 운동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23일 또 다른 계열사 공장에서 부상 사고까지 일어나면서 공분은 거세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애꿎은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만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불매 브랜드 리스트'까지 돌아
지난주부터 온·오프라인에서는 SPC그룹 계열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파리바게뜨를 포함해 배스킨라빈스, 던킨, 삼립, 샤니 등 SPC그룹 계열사 브랜드 리스트와 이를 대체할 품목 및 브랜드 리스트가 돌고 있다. SPC그룹 제품 대신 동네 빵집이나 시장 제품 등을 독려하는 식이다.
심지어 SPC그룹에 번(햄버거빵)을 납품받는 버거 프랜차이즈나 편의점에서 파는 SPC삼립의 호빵 등을 사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SPC불매', '#멈춰라SPC' 해시태그를 단 불매운동 지지글도 확산 중이다.
대학가에는 SPC그룹 불매를 독려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과 성공회대 노학연대모임 '가시' 등은 최근 학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SPC를 불매하자"는 내용의 대자보를 내걸었다. 비서공은 "SPC 그룹은 최소한의 안전 설비와 인력 충원마저도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삼아오며 결국 청년 노동자의 생명까지 앗아가고 말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토록 불매 열기가 달아오른 데는 사고 후 SPC그룹의 부적절한 대응이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SPC그룹은 사고 다음 날 현장을 흰 천으로 덮어놓고 공장 작업을 지속했고, 사망한 고인의 빈소에 상조 지원품으로 빵 두 상자를 전달하기도 해 인간적 존중과 배려가 없다는 질타를 받았다. 여기에 허 회장의 사과 이틀 만인 이날 계열사인 경기 성남시 샤니 제빵 공장에서 40대 직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까지 발생해, 허 회장의 재발 방지 약속도 무색해졌다. SPC 측은 사고와 관련해 "해당 직원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수술이 완료됐다"며 "해당 라인의 작업을 모두 중단했으며 노동조합과 함께 안전검검 실시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손님 줄어든 가맹점은 발 '동동'
이 가운데 손님의 발길이 줄어든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 생업에 지장이 크지만, 안타까운 희생 앞에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현재 노동자가 많은 지역과 20대가 많은 대학가 가맹점주들의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대학가의 한 가맹점주는 "20대 대학생들이 불매에 적극적이라 특히 대학가 지역 피해가 크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나서 좀 살겠나 했더니 이런 일이 터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22일 입장문을 내고 "노동자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일터에서 빵을 생산할 수 있도록 내부의 감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본사에 당분간 할인 행사 등 프로모션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내부 문제를 수습한 뒤 피해를 본 가맹점주들에 대한 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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