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자사고 입시에 '자기주도 학습 전형' 도입했지만
일반고 진학하려는 학생과의 사교육비 격차는 더 벌어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자율형사립고) 입시에 '자기주도 학습 전형'을 도입했지만, 이후 이들 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과 일반고에 진학하는 학생 간의 사교육비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던 2010년 1월 자기주도 학습 전형 도입을 골자로 한 외고 등 고교체계 개편 세부 실행계획을 직접 브리핑했다. 이 후보자는 당시 차관이었지만 2008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을 지냈고 2010년 12월 교과부 장관에 임명돼 자사고 확대,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도입 등 'MB표 교육정책'을 총괄했던 만큼, 자기주도 학습 전형 도입 정책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한 학생이 외고·국제고에 입학한다'는 당시 보도자료 제목처럼, 고교 입시제도를 바꿔서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게 자기주도 학습 전형을 도입한 취지였다. 당시 교과부는 사교육 없이 외고·국제고·자사고에 입학할 수 있게 △학교별 필기고사 금지 및 교과지식을 묻는 형태의 구술면접, 적성검사 등 변형된 필기고사도 금지 △중학교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 밖 경시대회, 인증시험, 자격증 취득 등 선행학습 유발 요소 배제 △교육청이 위촉하는 입학사정관이 고교입시에 참여 △독서기록, 학습계획 등 자기주도 학습역량 중심의 면접 평가를 실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정책 발표 후 12년이 지나면서 자기주도 학습 전형은 자리를 잡았다. 교육부의 고입정보포털에 따르면 전국 외고 30곳, 과학고 20곳, 국제고 8곳 전부에서 이 전형이 실시되고 있다. 전국 단위 선발 자사고 중에선 민족사관고와 상산고 2곳을 제외한 8곳이 자기주도 학습 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도입 목표였던 '사교육비 경감'은 이루지 못했고, 일반고에 진학하려는 학생과 외고·국제고·자사고에 진학하려는 학생 간의 사교육비 격차는 더 커졌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2021년 초중고사교육비 조사 결과, 일반고에 진학하려는 중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37만7,000원이었는데 자사고에 진학하려는 중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61만6,000원이었다. 사교육 참여율도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73.7%)보다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85.4%)이 높았다. 과학고·영재학교(59만5,000원, 80.7%), 외고·국제고(58만6,000원, 84%)에 진학하려는 중학생도 월평균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이 일반고를 희망하는 중학생보다 높았다.
격차는 정부의 2011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비해 더 벌어졌다. 당시엔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일반고, 자율고(자사고와 자율형공립고), 특목고(외고, 국제고, 과학고)를 기준으로 나눴다. 당시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은 월평균 26만1,000원을 사교육비로 썼고, 자사고 진학 희망 중학생은 36만7,000원, 특목고 진학 희망 중학생은 40만1,000원을 각각 사교육비로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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