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코카 재배 오히려 43% 증가
코카인 생산량도 1년 새 39% 증가
50년간 '마약 전쟁' 이끈 미국 머쓱

8월 20일 콜롬비아 북동부 노르테 데 산탄데르주 카타툼보 지역에서 한 농민이 재배한 코카잎을 선보이고 있다. 카타툼보=AFP 연합뉴스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 콜롬비아에서 원료인 코카잎 재배 면적과 완제품 생산량이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미국이 약 50년 동안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 부으며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지만,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마약 합법화로 검은돈을 양지로 끌어내겠다는 콜롬비아 정부의 역발상이 한층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은 콜롬비아의 코카잎 재배 농가 면적이 2020년 1,430㎢에서 지난해 2,040㎢로 43% 늘었다고 밝혔다. 21년 전 UNODC가 콜롬비아 코카인 생산 추이를 살피기 시작한 이후 가장 넓은 규모다. 같은 기간 코카인 생산량도 39%(1,010톤→1,400톤) 늘었다. 생산된 마약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으로 흘러들어갔다.
코카인 재배·생산량 증가 소식에 머쓱해진 건 콜롬비아가 아닌 미국이다. 미국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71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한 이후 마약 뿌리 뽑기에 막대한 달러를 투입했다. 지난 50년간 사용된 관련 예산은 1조 달러(약 1,430조 원)에 달한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코카인의 90%를 공급하는 콜롬비아는 1순위 ‘갱생 지역’이었다. 미국 정부는 현지 마약 카르텔과 코카 농장을 제거하기 위해 콜롬비아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콜롬비아가 코카잎 감산에 실패하면 지원을 끊겠다”고 경고할 정도로 열을 올렸다.

콜롬비아 국방부가 2020년 7월 파나마 국경 인근에서 압수한 5.4톤의 코카인.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콜롬비아 정부 역시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독성 강한 제초제를 동원해 마약 농가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실시해 왔다. 그러나 50년에 걸친 ‘마약 소탕 작전’이 사실상 허사로 끝난 것이다.
유엔의 이번 보고서가 ‘마약 시장 양성화’를 주장하는 콜롬비아 새 정부에 힘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7월 취임한 콜롬비아 첫 좌파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는 1호 국정 과제로 ‘마약 비범죄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책 초점을 코카 농가 말살이 아닌 소비 억제에 맞추는 게 핵심이다.
미국의 강경 대책이 마약 소비는 줄이지 못한 채 암시장을 키우거나 의료용 코카를 재배하는 농민들의 배를 굶기는 부작용만 만든다고 본 셈이다. 새 정부는 미국 등 주요 소비국이 먼저 마약 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은 이에 반대한다. 백악관은 8월 “마약 합법화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넌지시 경고하기도 했다. 양국의 의견이 팽팽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유엔이 ‘숫자’로 콜롬비아 손을 들어준 셈이다. 네스토르 오수나 콜롬비아 법무부 장관은 20일 UNODC 발표를 두고 “(미국의) 마약과의 전쟁이 통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코카인 합법화까지는 아니지만, 종합적인 새 마약 정책 마련을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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