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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최초의 국궁 민간단체 탄생, 국궁의 매력을 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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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최초의 국궁 민간단체 탄생, 국궁의 매력을 알리겠습니다"

입력
2022.10.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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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서 지역 궁도인 100여 명 참여
안진욱 회장 중심 대구궁도사랑회 창립 선포
“지역민 취미반부터 선수 양성까지 챙길 것”

안진욱 대구궁도사랑회 회장이 "국궁은 한국적인 기품과 예법을 기반으로 세계를 매혹시킬 수 있는 우리의 전통"이라며 "회원들이 합심해 전통문화인 국궁 보급과 선수양성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안진욱 대구궁도사랑회 회장이 "국궁은 한국적인 기품과 예법을 기반으로 세계를 매혹시킬 수 있는 우리의 전통"이라며 "회원들이 합심해 전통문화인 국궁 보급과 선수양성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안진욱(가운데) 대구궁도사랑회 회장이 회원들과 함께 대구 앞산에 위치한 활터 '관덕정'에서 활시위를 힘껏 당기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안진욱(가운데) 대구궁도사랑회 회장이 회원들과 함께 대구 앞산에 위치한 활터 '관덕정'에서 활시위를 힘껏 당기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국궁은 선비의 몸짓과 예법, 품위가 깃들어진 전통 스포츠입니다. 서양에서 테니스가 귀족 스포츠라면 우리나라는 국궁을 꼽을 수 있죠."

안진욱(73) 대구궁도사랑회 회장은 지난 8일 지역 최초 국궁 민간단체인 '대구궁도사랑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100여 명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회원 과반수가 궁력 5년 이상인 데다 선수로 활동한 이들도 상당수 포함돼 실업 선수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한 실력자가 다수 포진하고 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지역민들에게 전통 스포츠 보급과 문화 교류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지역 최초 민간 주도 국궁 단체인 만큼 취미반부터 선수양성까지 두루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활 시위를 당길 때 휘날리는 옷자락이 그렇게 멋지더라고요."

밀양이 고향인 그는 코흘리개 시절 밀양강 인근에서 펼쳐지던 활쏘기 대회장의 풍경이 기억이 생생하다. 그 즈음 마을 어르신들이 종종 영남루 근처의 강변에서 모여 활을 쏘았다. 과녁에 활이 명중하면 전통음악과 함께 무용수들이 어깨춤을 추면서 흥을 돋우곤 했다.

"활시위를 당기는 동작이 그렇게 우아해 보일 수 없더라고요. 모인 어르신들 모두 나이를 떠나 서로 존중하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고 기품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안 회장이 국궁에 입문한 것은 1992년이었다. 취미삼아 앞산 등산을 하다가 산자락에 자리 잡은 활터에서 활을 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어릴 때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나 얼마 후 활터를 찾아갔다. 그는 활 쏘기 기술에 앞서 국궁인으로서의 예법과 궁도의 역사를 먼저 배웠다.

"국궁 선배들이 '활을 잘 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덕목과 예를 배워야 활을 잡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밀양강에서 서로 예를 갖추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떠올라 금세 납득을 했지요."

국궁의 사거리는 145m에 이른다. 단순히 힘으로 활시위를 당기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체력에다 올바른 자세를 갖춰야 활을 쏠 수 있다. 초보자들의 경우 자세만 바로잡는데 몇 개월이 걸린다. 양궁처럼 활 쏘는 기술에 집착하거나 단기속성으로 빨리빨리 '해치우려는' 이들은 대부분 중도에서 포기한다.

그는 "국궁은 한국 전통 궁도를 일컫는 말인데 궁도는 국궁과 양궁으로 나뉜다"며 "국궁은 고조선 때부터 이어오는 전통 궁술로 택견과 씨름과 함께 전통문화 스포츠로 분류되는데다 국궁이 '활쏘기'란 이름으로 2020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42호로 등록된 만큼, 국궁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호회 모임이 국궁 민간단체로 거듭나기까지 회원들의 열정이 크게 작용했다. 안 회장은 "사업 때문에 10년 넘게 국궁에 다소 소홀했는데 회원들의 열정이 최초의 민간 국궁 단체 결성이라는 결실을 맺게 했다"면서 "100여 명 회원들 모두가 국궁의 명맥을 잇는 한편 국궁을 더욱 알리는데 함께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궁도 저변 확대와 동시에 공익사업을 위한 교육, 사회봉사 활동을 통해 국궁의 지명도를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순수 민간 모임으로 시작됐지만 국궁 보급을 꾀해 장기적으로 선수양성까지 가능할 정도의 단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회비도 연회비 1만원으로 누구나 모임에 참여하고 활을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회원 내 전직 선수 출신의 교육도 준비됐다. 모임이 활성화되면 교육청과 연계, 학생들에게도 국궁 수업을 하고 체험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는 현행 제도에 대해 아쉬움도 나타냈다. 국궁이 일반 스포츠와 달리 전통 문화의 계승에 더 가치를 두고 있음에도 현재 실업팀 운영은 승부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타지역에서 우수한 선수를 스카우트를 해서 전국체전에서 성적을 내려고 하는 것은 국궁 본연의 모습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그는 "타지역에서 선수 스카우트를 하는데도 만만찮은 혈세가 투입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궁도계의 이 같은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진정으로 궁도가 시민들에게 더 다가가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국궁에는 우리의 전통 사상과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스며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발전시킨 태권도 수련 과정에 효와 예가 중요한 요소로 포함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서양의 부모들이 태권도장에서의 예절 교육에 열광하잖습니까. 궁도 역시 가장 한국적인 기품과 예법이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궁도가 가지는 가장 큰 의미와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태권도만큼 국궁도 세계를 매혹시킬 수 있는 우리의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궁도사랑회 100여 명 회원과 함께 우리의 전통문화인 국궁 보급에 앞장서겠습니다."


지역 최초 국궁 민간단체인 '대구궁도사랑회'가 지난 8일 대구 수성구에서 창립총회를 가졌다. 100여명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회원 과반수가 궁력 5년 이상인 데다 선수로 활동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지역 최초 국궁 민간단체인 '대구궁도사랑회'가 지난 8일 대구 수성구에서 창립총회를 가졌다. 100여명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회원 과반수가 궁력 5년 이상인 데다 선수로 활동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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