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은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다. 조선시대 때 땅에 세금을 매기는 ‘전정’(田政), 병역 대가인 ‘군포’(軍布) 제도의 왜곡된 운영으로 백성들의 불만이 컸다. 로마제국의 최일선 곳간지기 역할을 한 ‘세리’는 어울리기 어려운 사람으로 성경에 묘사됐다. 누구나 덜 내고 싶어하지만 세금은 국가운영에 꼭 필요하다.
현재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가 가장 많이 걷히는 3대 세목이다. 이 중 효율성이 높고 경제에 부담을 덜 주는 세목이 부가세다. 물건을 살 때 붙는 부가세(VAT)는 모든 국민들에게 동일하게 부과되는 세금이기 때문에 세수 확보에 좋다. 그러나 정치적 저항이 커 쉽게 건드리기 어렵다. OECD국가들은 재정충당을 위해 부가세를 지난 2012년 평균 18.8%에서 점진적으로 인상해 현재 19.3%까지 올렸다. 반대로 법인세율은 내렸다. 우리나라는 국제적 흐름과 다르다. 부가세는 1977년 도입 이후 세율 10% 그대로이고,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은 올랐다(22%→25%).
나라살림의 균형 유지는 중요하다. 2016년 스위스는 전체 성인들에게 매달 2,500 스위스프랑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안을 추진했으나 재정건전성 문제로 부결됐다. 영국 트러스 총리는 소득세율 인하(45%→40%)를 발표했으나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을 맞으면서 감세안을 철회했다. 역시 재정건전성이 문제였다. 정답은 있는데 그대로 안 되는 게 세제라서 더 어렵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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