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구의 '코로나 베이비붐' 반전... 비결은 재택근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구의 '코로나 베이비붐' 반전... 비결은 재택근무?

입력
2022.10.23 07:00
0 0

미국·북유럽, 코로나 확산·경기침체에도 출생률 반등
재정지원+봉쇄, 가족과 보내는 시간 늘리는 역설
"재택근무, 출생률 하락세 반전 계기 될 수도"

코로나19가 일반적으로 임신부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출생률 저하를 부를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가 일반적으로 임신부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출생률 저하를 부를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4일 전미경제연구소(NBER)를 통해 공개된 연구보고서 하나가 서구 언론에서 화제가 됐다. 제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베이비 범프'다. '범프'는 장기추세에 붙는 '붐'보단 무게감이 적은 가벼운 반등세를 일컫는다. 부제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대응 속 예상치 못한 미국 출생률 반등'이다.

당초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봉쇄 및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 등으로 가뜩이나 저조했던 출생률이 더 충격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예측이 빗나간 셈이다. 보고서의 공저자 중 한 명인 하네스 슈완트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출생률이 올라간 최초의 경기침체"라고 표현했다.

코로나 이전 하락 추세도 뒤집어

'코로나19 베이비 범프' 연구보고서에 포함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의 총 신생아 수(파란색 선) 및 출생률(녹색 선) 추이. 전미경제연구소 캡처

'코로나19 베이비 범프' 연구보고서에 포함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의 총 신생아 수(파란색 선) 및 출생률(녹색 선) 추이. 전미경제연구소 캡처

앞서 올해 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1년 출생률 예비 데이터를 공개하고 2020년에 비해 1%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출생률은 15∼24세 여성 사이에선 감소했지만 그 이상 연령대에서 전반적으로 늘었다.

슈완트 교수와 재닛 커리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마사 베일리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 등은 CDC 자료를 더 면밀하게 분석했다. 이들은 미국 내 출생률이 2015∼19년 추세보다 6.2% 높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저점에서 반전한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이전의 하락 추세마저 뒤집었다는 얘기다.

이들은 2020년에 미국 출생률이 급락한 원인도 사실은 미국 내 산모가 아니라 해외에서 유입되는 산모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 때문에 급격히 줄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자체 때문이거나 경기침체로 인해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통근 사라지고 가사·육아에 쓸 시간 늘어서"

재택근무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늘렸다. 게티이미지뱅크

재택근무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늘렸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출생률 반전 요인을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젊은 부부의 재정 여건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당장 경제는 침체 상태였지만,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생계 부담이 해결되고, 금융 부문의 완화 정책으로 자산 가치가 오르는 등 향후 경제 상황을 낙관할 요인이 많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재택근무의 확산이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도입되면서 많은 직장이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이것이 가사노동과 육아에 쓸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늘렸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를 보도한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의 32세 여성 앤 로페스의 사례를 들었다. 로페스는 "나와 남편이 통근 시간을 줄이고 육아에 좀 더 시간을 쓸 수 있게 된 것이 임신을 결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만이 아니다

이와 비슷한 분석이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도 나온 적이 있다. 2021년 말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북유럽은 다른 나라들에서 볼 수 없던 이례적인 출생률 증가를 경험했다"면서 관련된 요인을 깊게 살펴봤다. 이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아이슬란드는 출생률이 통상보다 16.5% 높아 산부인과 병동을 급히 추가 확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핀란드 7%, 노르웨이 5%, 덴마크 3%, 스웨덴은 1% 증가했다.

가장 큰 원인으론 북유럽의 충실한 복지 시스템이 꼽혔다. 미국과 달리, 북유럽 국가들은 이전에도 경기 침체시 출생률이 오히려 증가한 사례가 나왔다. 이는 출생과 육아휴직에 대한 지원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 국가통계청의 인구통계 책임자인 안톤 카를손은 "위기시에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오히려 출생률을 높인다"면서 가정 사유로 휴직할 경우 넉넉한 급여가 지급돼 재정적 부담을 주지 않을뿐더러, 생활 수준이 개선되는 효과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본인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전에 딸을 가졌는데, "실제로 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북유럽 복지도 못 막은 출생률 저하, 답은 재택근무?

육아와 가사는 여성의 일·가정 양립에 장애로 작용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육아와 가사는 여성의 일·가정 양립에 장애로 작용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코로나 확산 시기의 특수한 출생률 반등에 대한 설명으로 부족했다. 북유럽 국가들 역시 강력한 복지정책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출생률이 추세적으로는 감소해 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추가로 주목한 요인은 미국의 연구 결과와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의 확대다.

핀란드에서 2021년 코로나19 유행 기간 아기를 낳은 사라 발토넨(31)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취소됐지만, 나 개인으로서는 놓친 것이 없었고, 나와 남편, 아기에게 집중해야 할 큰 이유가 있었기에 임신하기에 적절한 시기였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 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연구하는 드리파 구드문츠도티르(38)도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 기간에 두 딸과 오랜 시간을 보냈고, 세 번째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뒤 2021년 3월에 쌍둥이를 출산했다.

물론 인구학계에선 이런 양상이 출생률 하락 대세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인생에서 임신과 출산은 횟수가 한정돼 있고, 우연히 이를 결행하는 시점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시점에 몰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키아라 코몰리 스톡홀름대 인구학부 박사후연구원은 "재택근무의 도래가 지속되고 여성의 일과 가족 영역을 조화시키는 긍정적인 구조적 조건으로 인식된다면 출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인현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