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계 의견 최우선에 뒀다"
여성단체 "본부로 가는 게 의견 반영이냐" 반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여가부 폐지안' 발표 13일 만에 폐지에 반대해온 여성 단체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여성계 의견을 최우선에 두고 논의했다"고 발언했는데, 여성 단체들은 "부처 폐지 후 본부로 가는 게 무슨 요구를 수용한 건지 알 수 없다"며 비판했다. "성평등 정책을 추진할 독립 부처가 계속 필요하다"는 여성 단체의 입장에 김 장관이 폐지 외에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간담회는 특별한 결실 없이 끝났다.
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YWCA연합회 등 6개 단체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6일 여가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한 후, 김 장관이 여가부 폐지 반대 입장을 천명해온 이들 단체와 만난 건 처음이다. 여가부는 지난 10일 여성 단체와 장관의 간담회를 열었지만 폐지에 반대해 온 단체는 참석 대상에서 빠져 '반쪽짜리 간담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비공개 간담회에서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렸다. 김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정부 조직 개편안 마련에 있어 여성계의 의견, 즉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최우선에 두고 행정안전부와 논의했고 그런 부분이 종합적으로 반영됐다"고 했다. 성폭력 등 피해자 권익 보호에 관한 업무와 성평등 정책 기능을 함께 복지부로 이관했는데, 이는 여성계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여성폭력 지원 업무는 독자적 체계를 가지고 성평등한 관점에서 추구해야 한다는 게 여성계 입장이었다"며 "본부로 가는 게 무슨 요구를 수용한 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폐지안을 더 이상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여가부의 설명도 반발을 불렀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김 장관이) 법안에 대해 본인들이 더 이상 어떻게 수정할 수 없는 위치이고, 전적으로 행안부의 권한이라고 얘기했다"며 "우리는 성평등 전담 부서의 수장이 국무위원 혹은 그 이상이 아니라, 동등하지 않은 구조(장관→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로 전환하는 게 원천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그 과정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여성단체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에서 여가부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공동 투쟁기구를 전국적으로 꾸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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