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로비에 60년 역사 전시
다음 주부터는 울산으로
"wire에 달려있는 추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실제 level이 떨어져도 indicator는 떨어지지 않고 있읍(습)니다. 추의 무게를 조절해야 하겠음."
암호처럼 보이는 이 문장은 빛바랜 노트 위에 빼곡히 적힌 1972년 8월 6일 '제1나프타 분해시설 운전일지'의 일부다. SK이노베이션이 국내 1위 정유회사로 자리매김한 현재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정유밸브를 손쉽게 조작할 수 있지만, 60년 전만 해도 한국 최초의 정유사인 '유공' 직원들은 태평양을 건너온 미국 걸프사 직원들이 나프타 분해(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반응) 시설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어깨너머로 보고 일일이 손으로 익혀야 했음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창사 60주년을 맞은 SK이노베이션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1층 로비에 이 같은 기록을 모아 작은 역사 전시관으로 꾸몄다. 20일 찾은 이곳에는 1963년 걸프사와 기본 협정을 체결한 기록부터 울산~대구를 잇는 송유관 부설공사 완공(1972년), 유공코끼리축구단 창단(1982년) 및 유공 증권거래소 상장(1984년), 휘발유 브랜드 엔크린 출시(1995년), 지주회사 및 SK에너지 출범(2007년),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기공식(2019년) 등 SK이노베이션의 발자취가 전시돼 있다.
"최종현 선대회장, 1980년대 이미 ESG 고민"
고(故) 최종현 회장이 1970년대부터 오늘날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개선을 일찌감치 고민한 흔적도 보인다. 최 회장은 1974년 선경 신년사에서 "우리 기업 역시 탈(脫)섬유의 전환기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소수 경영자의 제한된 지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정비된 조직의 집약된 힘만이 험준한 앞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고 떠올렸다.
이 밖에도 로비에는 유공의 첫 작업복으로 쓰인 청재킷과 선경이 유공을 인수한 지 2년 만에 설립한 유공코끼리축구단의 축구공 등이 전시돼 그동안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밸류크리에이션센터장은 "1962년 울산에 유공 공장 착공에 들어간 해가 바로 울산이 공업센터로 지정된 해"라며 "유공의 시대별 변천사가 곧 한국 정유산업의 역사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 주 울산 공장으로 옮겨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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