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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서 자취 감춘 귀신...정통 공포물 기근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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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서 자취 감춘 귀신...정통 공포물 기근 원인은

입력
2022.10.2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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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드라마 기근 가져온 악순환
"수작 없어... 장르물로 충족"

'귀못'이 극장가를 찾았다. 이 작품은 수살귀가 살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가득한 저수지 근처, 사람이 죽어 나가는 대저택에 숨겨진 보석을 훔치기 위해 간병인으로 들어가게 된 보영의 이야기를 담았다. KBS 한국방송 제공

'귀못'이 극장가를 찾았다. 이 작품은 수살귀가 살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가득한 저수지 근처, 사람이 죽어 나가는 대저택에 숨겨진 보석을 훔치기 위해 간병인으로 들어가게 된 보영의 이야기를 담았다. KBS 한국방송 제공

제2의 '전설의 고향'은 나오지 않는 걸까. 귀신이 등장하는 정통 공포물이 안방극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최근 극장가에서는 한국 공포 영화 '귀못'과 '미혹'이 개봉을 알렸다. 두 작품 모두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귀못'은 초자연적인 존재인 수살귀가 살고 있는 저수지를 중요한 배경 중 하나로 삼은 정통 공포물이다. '미혹'에는 귀신을 보는 인물이 등장한다. 두 작품 모두 단순히 긴장감을 안기는 것을 넘어 여러 메시지를 전하지만 귀신이 으스스함을 더하는 소재 중 하나라는 점은 동일하다. 지난 4월 개봉한 '서울괴담' 또한 귀신 이야기를 담아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11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러한 장르 자체가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안방극장에서는 유독 정통 공포물의 존재감이 옅다.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공포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으나 이 작품들에는 귀신 대신 각각 괴물, 좀비가 나온다. 더불어 귀신이 등장하는 '귀못' '미혹' 등과 달리 정통 공포물이라는 말로 설명하기엔 액션의 비중이 매우 높다. 정통 공포물을 표방한 드라마의 기근 속에서 2020년 넷플릭스 '도시괴담'이 공개되긴 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물론 안방극장에서도 정통 공포물이 큰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다. 그 중심에는 KBS2 '전설의 고향'이 존재했다. 많은 이들이 두려움에 떨면서도 이불을 뒤집어쓴 채 이 드라마를 감상하곤 했다. '1977 전설의 고향'은 1977년 첫 방송을 시작해 1989년 막을 내렸다. 무려 578부작으로 구성됐다. 이후 '1996 전설의 고향' '1997 전설의 고향' '1998 전설의 고향' '1999 전설의 고향' '2008 전설의 고향' '2009 전설의 고향' 등으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좀비가 등장했다. 액션 신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넷플릭스 제공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좀비가 등장했다. 액션 신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넷플릭스 제공

귀신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찾아보기 어렵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에 두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첫 번째 원인은 낮은 질의 작품, 드문 투자, 사람들의 적은 관심 사이에 존재하는 악순환에 있었다. 하 대중문화평론가는 "잘 만들어야 사람들이 볼 텐데 그동안 수작이 없었다. 수작이 없으니 사람들이 안 보고 시청률이 떨어져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서 제대로 된 작품이 안 나오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무시무시한 사람들이 귀신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하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공포, 스릴을 공포물로 즐겼다. 그런데 요즘은 장르물이 유행하는 중이다. 굳이 귀신을 찾지 않아도 되는 거다. 그런 곳에 나오는 무서운 사람들을 통해 공포, 스릴에 대한 요구가 충족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영화로는 정통 공포물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르의 모든 영화들이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와 관련해 "영화는 그 자체가 야외 활동이고 이벤트적인 성격이 있다. 극장에서 귀신을 보며 오싹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 고정 관객층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들을 대상으로 공포라는 장르가 유지되고 있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잘 만든 K-공포물이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 시절 우리에게 오싹함을 전했던 유형의 드라마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전설의 고향'을 사랑했던 이들의 아쉬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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