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시절 스토킹 경험...경찰은 '구애'라며 신고 무시"
"스토킹 범죄 줄이는 데에 수사당국 인식이 관건"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육아 멘토'로 활약 중인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박사가 20일 "전공의 시절 스토킹 피해를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신고 당시 경찰이 '(피해자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거'라며 미온적인 대처를 보였다며 스토킹 범죄 해결의 1단계는 "공무원들의 인식"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오은영 박사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속담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있다. (중략) 나무를 사람으로 바꾸면 집착과 스토킹"이라며 전공의 시절 스토킹 경험을 소개했다.
수십 년 전 오 박사의 전공의 시절, 스토커는 매일 다른 사람의 청첩장에다 이름을 파서 신랑 이름에 본인 이름, 신부 이름에 오 박사의 이름을 새겨 대학병원 수련의 대기실(의국)로 들고 왔다. 의국 문이 열려있으면 들어와 오 박사의 책이나 물건을 훔쳐가기도 했다. 담뱃불에 지진 팔을 과시하고, 오 박사를 향해 우산 찌르는 시늉을 하는 등 위협적인 행동도 반복했다. 오 박사는 "스토커들은 상대방의 의사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감정 표출이나 집착 모두 일방적이고 공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토커들은 상대방에 대해서 허황된 생각을 많이 갖고 있어 상대방이 침묵을 하거나 좋게 거절의사를 표하면 긍정적인 메시지로 곡해해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오 박사가 스토커에 시달리던 시절 "제일 문제는 경찰에 아무리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는 "(경찰은) 미혼 남자가 미혼 여자를 좀 유별나게 좋아하는 건데 뭐라 할 수 있냐는 식의 개념을 갖고 있었다. 그런 반응을 보인다면 어떠한 도움도 받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스토킹 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 집행을 하는 경찰, 검찰, 판사, 이런 공무원들이 인식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스토킹 범죄가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무소속 용혜인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접수된 스토킹 피해 신고는 2만9156건으로, 하루 평균 85.7건이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8년 6월 1일부터 지난해 10월 20일까지 3년 4개월 동안 접수된 신고 건수(1만9711건)와 비교해 47.9% 증가했다.
"화학적 거세에도 사회복귀 가능한 소아성애자는 극히 일부"
스토킹 범죄가 증가하는 배경에 대해 오 박사는 "(예전 스토킹 범죄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났다면 지금은 불특정다수와 서로 연결되는 게 가능해졌다. 대면스토킹이 굉장히 많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다이렉트 메시지(DM)로 (대화를) 시작했다가 잘못돼 스토킹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짚었다.
오 박사는 "전 국민이 스토킹 범죄에 대한 개념이 있어야 한다"면서 "남자 또는 여자가 상대편 여자나 남자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행위로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고 그 다음부터는 아주 심각한 범죄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아동연쇄 성폭행범 김근식을 '소아기호증(소아성애증) 환자로 보는 게 맞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며 "범죄로 이어지는 질환"이라고 진단했다. 김근식의 '화학적 거세'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오 박사는 "동의한다"며 "소아성애자를 감옥이나 다른 기관에 아무리 오래 가둬도 욕망이나 상상을 바꾸지 못하기에 약물치료는 성범죄를 막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박사는 특히 소아성애증의 경우 약물치료를 포함한 장기 치료를 받은 후에도 "극히 일부"만이 사회복귀가 가능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약물치료 없이 이 분들이 교화를 통해 좋아지거나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 문제를 매우 가볍게 보는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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