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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관의 시위대 폭행'에 기겁한 영국 "가해자 추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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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관의 시위대 폭행'에 기겁한 영국 "가해자 추방하라"

입력
2022.10.20 16:00
수정
2022.10.20 16:07
0 0

영국 외무장관 "용납할 수 없는 일"
중국 "시위대가 영사관 침입"
중국, 관련 영상 지우는 등 내부 여론 살피기도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 반중 시위를 벌이던 홍콩 이주민 보브 챈(가운데 머리 잡힌 남성)이 자신을 영사관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직원들에게 저항하고 있다. 맨체스터=AP 뉴시스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 반중 시위를 벌이던 홍콩 이주민 보브 챈(가운데 머리 잡힌 남성)이 자신을 영사관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직원들에게 저항하고 있다. 맨체스터=AP 뉴시스

영국 주재 중국영사관의 반중 시위대 폭행 사건이 양국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외교관의 폭력 행사에 충격을 받은 영국 정치권은 "중국 외교관을 추방하자"고 나선 반면, 중국은 "영국이 외교 공관 보호 임무를 소홀히 했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교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이번 사건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시위는 평화롭고 합법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시위대)은 영국 영토에 있었던 바 그런 행동(시위대에 대한 폭행)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16일 홍콩 출신의 밥 찬을 포함한 시위대 30~40명은 맨체스터 주재 중국영사관 앞에서 반중 시위를 벌였다.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된 당시 동영상을 보면, 시위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희화한 그림을 들고, 그의 장기 집권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때 중국 영사관 직원들로 보이는 8명의 남성이 등장해 찬의 머리카락을 잡고, 영사관 영내 부지로 끌고 들어가 주먹과 발로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이에 시위 현장에 있던 영국 경찰 일부가 영사관에 진입해 찬을 바깥으로 구출했다. 폭행당한 찬은 얼굴 일부분이 찢어지고 몸 여기저기에 타박상을 입었다.

중국 정부는 "시위대가 영사관에 불법 침입했다"며 책임을 찬에게 돌렸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불법 분자가 총영사관 부지에 불법으로 진입, 안전을 위협했다"며 "중국 총영사관의 안녕을 보장하라"고 영국에 촉구했다.

하지만 찬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발표를 정면 반박했다. 그는 "문을 잡고 매달렸지만 걷어차이고 맞으면서 오래 버티지 못했다"며 "끌려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촬영된 영상을 살펴봐도 영사관 안에 있던 남성들이 찬을 끌고 들어가려 했던 점은 명백해 보인다. 심지어 정시위안 총영사도 직접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의 발뺌과 적반하장 태도에 분노한 영국 정치권은 정부에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야당인 노동당의 아프잘 칸 하원의원은 "중국이 '레드 라인'을 넘었다"고 경고했다. 집권 보수당의 이안 던컨 스미스 의원은 "경찰이 조사한다고 해도 (외교관의 면책특권 탓에) 기소할 방법이 없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을 추방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책임'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중국은 속으로는 이번 사건이 내부 여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20일 중국 주요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정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왕 대변인의 답변은 삭제된 상태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16~22일) 기간인 탓에 더욱 적극적으로 여론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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