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속의 여론> 한국리서치, 예산편성 과정에 대한 국민 참여 조사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인 지난 9월 2일, 정부는 2023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현재 국회에서는 국정감사와 함께 2023년 예산안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국민과의 소통, 국회와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지금, 국민들이 직접 예산 편성에 참여하는 것은 국가 재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정부 정책의 당위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만약 국민들이 예산 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면 어떻게 예산을 배분하고 싶어 할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8월 26~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국가 예산 편성 참여 의향 및 예산 배분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하였다.
2명 중 1명(49%), 예산 편성에 직접 참여 희망
국민 절반(49%)이 기회가 생긴다면, 중앙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예산 편성에 ‘참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성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남성 중 55%가 참여 의향이 있다고 답해, 여성의 참여 의향(44%)보다 높았다. 또한 60세 이상(54%), 대학 재학 이상 학력(56%)에서도 참여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공공기관의 예산 편성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향이 높았다. 평소 정치에 약간, 혹은 매우 관심이 있다고 답한 사람 중에서는 58%가 예산 편성에 참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의 참여 의향(2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결과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정치 현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 중에서도 62%가 참여 의향이 있다고 답해, 전체 결과보다 높았다.
정치 효능감 또한 예산 편성 참여 의향과 관련이 깊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은 정부가 하는 일에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 중 64%가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반면, 이에 동의한다고 답한 사람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46%만이 참여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나의 행위가 정부와 정책결정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이 클수록, 더 적극적으로 정부의 예산 편성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다만, 행정부와 국민 간 소통에 대한 평가는 예산 편성 참여와 관련이 없었다. 소통이 잘 안 된다고 평가할수록 이를 해소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예산 편성에 참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그러한 경향은 보이지 않았다. 중앙정부와 국민 간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참여 의향 있음 51%)와 그렇지 않다고 본 응답자(53%), 지방정부와 국민 간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50%)와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55%) 간 참여 의향 차이는 크지 않았다.
참여하고 싶은 정책 분야는 ‘복지’ 60%
‘교육’, ‘환경’, ‘인구(저출산·고령화)’ 분야 순
공공기관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하고 싶은 응답자를 대상으로 어떤 분야의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하고 싶은지 알아보았다. 교육, 환경, 복지, 외교, 국방 등 17개 주요 분야 중 복지분야 예산편성에 참여하고 싶다는 응답이 60%로 가장 높았다. 교육, 환경, 인구(저출산·고령화) 등 다른 분야들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높은 결과이다.
복지분야 예산편성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향은 성별이나 연령대, 이념성향 등과 관계없이 모두 주요 17개 정책분야 중 가장 높았다. 특히 이념성향이 진보적일수록 복지 분야에 참여하고 싶다는 응답이 높았다(진보층 71%, 중도층 61%, 보수층 49%).
복지 다음으로 예산 편성 참여 의향이 높은 정책 분야인 교육(28%), 환경(27%), 인구(저출산·고령화, 27%), 보건(24%), 노동(23%) 등도 성별이나 연령대, 이념성향과 관계없이 비교적 고른 참여 의향을 보였다. 복지 정책을 포함해, 참여 의향이 높은 이들 분야는 참여 의향이 낮은 산업통상(2%), 방송통신(3%), 북한·통일(4%) 등과 비교했을 때 개개인의 피부에 좀 더 와 닿는 분야이고, 따라서 예산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 분야와 국민들이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정책 분야는 일치할까.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 분야일수록 참여 의향도 높을 것이다. 예상한 것과 같이, 복지 및 인구, 보건, 환경, 교육 분야는 중요도도 높고, 예산 편성 참여 의향 또한 높은 분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재난안전, 과학기술, 국방, 외교, 식품 분야는 중요하다고 평가한 정책 분야이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참여 희망률을 보였다. 이들 분야는 정책 주제가 상대적으로 어려워 전문성이 필요하고,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재난안전, 인구, 과학기술 분야 예산 늘려야”
내가 직접 2023년 정부 예산안을 짠다면, 어떤 정책 분야에서 예산을 증액할까. 어떤 정책 분야의 2023년 예산을 증액하고 싶은지를 물어본 결과, 증액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은 분야는 재난·안전(80%)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구(78%), 과학·기술(76%), 보건(75%), 환경(73%), 복지(73%) 분야도 증액해야 한다는 응답이 70%를 상회하였다. 반면 방송통신과, 북한·통일(각각 26%), 문화체육관광(33%) 분야는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제한된 예산을 배분할 때는 정책의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정책이 중요하고,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분야에 예산을 더 많이 배분할 필요가 있다. 정책별 중요성과 예산 증액 여부를 점수화하여 살펴본 결과 인구, 재난안전, 보건, 과학기술, 환경, 복지 분야가 예산 증액 의견도 높고, 우선적으로도 추진해야 하는 정책 분야로 나타났다. 반면, 북한·통일, 방송통신, 지방자치, 문화체육관광 분야는 예산 증액에 신중해야 하고, 정책 추진 우선순위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는 응답과 정책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해당 정책 분야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책 분야별 중요도를 살펴보았을 때, 북한·통일(26%)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분야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0% 미만에 그쳤다. 예산 증액이나 정책 우선 추진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 분야의 경우 현재의 정책 성과를 살피고, 국민이 원하는 정책방향과 부처에서 실행하고 있는 정책방향이 일치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산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충분히 알리는 노력 또한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김재현 한국리서치 여론1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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