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에 마약 탄 커피 먹이고 사기 도박...모집책 징역 1년

재판부 "반성의 모습 보이지 않아"
나머지 일당 9명 재판도 진행 중

게티이미지뱅크

재력가에게 마약을 탄 음료를 먹이고 사기도박을 벌여 억대의 돈을 가로챈 피의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김정헌 판사는 "사기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구속 기소된 A(55)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일당 9명과 함께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부동산 개발업자 등 재력가 7명을 대상으로 7차례에 걸쳐 마약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사기도박을 해 1억5,705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일당 중 모집책인 A씨는 지난 4월 5일 골프 모임 등을 통해 알게 된 재력가 B씨에게 "여성과 함께 골프 여행을 하자"며 충북 증평의 한 숙소로 향했다. A씨는 숙소에서 저녁을 먹은 B씨에게 필로폰을 넣은 커피를 마시게 한 뒤 사기도박을 벌여 2,100만 원을 가로챘다.

경찰이 마약을 이용한 사기도박 현장에서 압수한 마약류. 대전경찰청 제공

A씨 일당은 도박사기 전반을 기획하는 '총책'과 사기도박을 직접 뛰는 '선수', 커피에 마약을 타서 건네주는 '꽃뱀' 등 조직적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을 저질렀다.

선수들은 총책이 미리 제작한 속칭 탄카드(카드 배열 순서를 미리 조작해 돈을 잃게 만드는 카드)를 이용해 피해자에게는 풀하우스 등 좋은 패를 주고, 자신들은 피해자보다 더 좋은 패를 가져간 뒤 베팅을 크게 유도해 판돈을 따는 방식을 썼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커피에 탄 약물이 마약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사기도박 범행을 부인하다 대질조사를 받은 뒤에야 뒤늦게 인정하는 등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에게 금전적 손해는 물론, 정신상의 피해와 건강상 피해도 일으킨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