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해외 개봉 앞두고 글로벌 행보
박해일은 부산영화제 짧게 머물고 미국행
'헤어질 결심' 오스카 레이스에 힘 보태
“이정재는 왜 부산에 안 온 거지?”
지난 5~14일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영화인들이 자주 던진 질문이다. 지난달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주연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한 이정재의 부재가 아쉽다는 지적이었다. 연출 데뷔작 ‘헌트’로 올해 칸영화제에까지 초청된 글로벌 스타가 아시아 중심 영화제에 참석했으면 행사가 더 빛났을 것이란 의미였다. 이정재가 부산영화제를 찾지 못한 건 ‘오징어 게임’ 이후 현격히 달라진 그의 위상 때문이다.
이정재는 부산영화제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유럽 영화제들엔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제55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6~16일) 참석에 이어 19일 막을 올린 제7회 런던아시아영화제 개막식에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정재의 적극적인 해외 행보는 ‘헌트’ 홍보와 관련이 깊다. ‘헌트’는 12월 미국과 캐나다 개봉 등 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특히 런던아시아영화제는 영국 런던의 중심지인 레스터 스퀘어 일대에서 열려 ‘헌트’를 널리 알리기에 적격이다. 런던아시아영화제는 ‘헌트’를 개막작으로 선정했으며 ‘젊은 남자’(1994)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하녀’(2010), ‘신세계’(2013) 등을 상영하는 ‘이정재 배우 특별전’을 함께 열기도 한다. 이정재가 해외 영화제에 공을 들이는 것은 내년 3월 열릴 제95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을 염두에 둔 측면도 없지 않다. ‘헌트’ 관계자는 “이정재는 시체스영화제 방문 일정이 이미 잡혀 부산영화제에 갈 수 없었다”며 “국내보다 해외 활동이 더 중요하고 많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배우 박해일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박해일은 5일 부산영화제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후 다음 날 부산을 떠났다. 6일 하루 동안 '헤어질 결심'과 '한산: 용의 출현' 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서둘러 소화한 뒤였다. 영화 2편으로 초청된 배우로서는 이례적으로 짧은 부산 체류였다. 박해일은 곧바로 출국해 9일 미국 뉴욕영화제에서 열린 ‘헤어질 결심’ 상영회에 합류했다. 드라마 ‘동조자’ 제작을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고 있는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행사였다. 박 감독과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의 미국 개봉(14일)을 앞두고 있던 데다 아카데미영화상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뉴욕영화제 참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터와 버라이어티 등은 ‘헤어질 결심’을 오스카 주요 부문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국내 배우들이 해외 일정에 더 신경을 쓰면서 난처해진 곳은 국내 영화제들이다. 국내 배우라고는 하나 정작 국내 영화제가 모시기 더 힘든 영화인이 됐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올해는 해외 손님을 모시는 것보다 국내 배우를 초청하는 게 더 어려웠다”며 “K콘텐츠가 해외에서 강세를 유지할 경우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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