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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중년' 김승수 "25년 연기 인생 바꾼 건 강아지 공장 출신 노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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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중년' 김승수 "25년 연기 인생 바꾼 건 강아지 공장 출신 노견" [인터뷰]

입력
2022.10.20 11: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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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공장 출신 노견 '콩이' 입양 계기로
노견에 관심, 반려견 밀키트 회사 참여까지
실험견 실태 알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도와
문화인들과 앞으로 동물보호 일에 힘쓸 것


배우 김승수가 지인의 반려견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1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뜻 맞는 문화인들과 동물을 위해 지속적인 기부활동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승수 제공

배우 김승수가 지인의 반려견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1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뜻 맞는 문화인들과 동물을 위해 지속적인 기부활동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승수 제공

'꽃중년', '중년 박보검', '승수나르도'(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닮아 붙여진 별명). 훤칠한 외모와 친근한 이미지로 25년간 TV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비며 연기에 매진해 온 배우 김승수(51)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한 우물만 파오던 그가 연기 이외에 관심을 갖고 뛰어든 분야가 있다. 동물이다.

2016년 강아지 공장 출신 노견 '콩이'(16세 추정)를 입양한 반려인인 그는 올해 초 반려견을 위한 밀키트(간편조리세트) 회사 '텐이얼즈애프터'를 공동창업하고 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가 밀키트를 출시하면서 처음으로 시작한 마케팅은 크라우드 펀딩(온라인으로 자금을 모으는 활동)을 통한 실험견과 인디밴드 후원이다. 그는 1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콩이를 키우면서 노견, 또 우연히 실태를 알게 된 실험견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노견을 위한 음식 메뉴 개발은 물론 앞으로 뜻이 맞는 문화인들과 어려움에 처한 동물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밝혔다.

"아무도 안 데려갈 것 같아" 강아지 공장 출신 노견 '콩이' 입양

김승수의 첫 반려견 로리(왼쪽)와 2016년 입양한 콩이. 김승수 제공

김승수의 첫 반려견 로리(왼쪽)와 2016년 입양한 콩이. 김승수 제공

김승수는 2016년 채널A 반려동물 예능프로그램인 '개밥 주는 남자'에 출연하면서 당시 열 살이던 치와와종 콩이를 입양했다. 여기에도 숨겨진 일화가 있다. 강아지 공장 문제를 다루자고 방송사 측에 먼저 제안한 게 그였다. 그는 "당시 강아지 공장 실태를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며 "마침 키우던 반려견 '로리'와 일상을 다루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강아지 공장 얘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가 유독 나이 많은 콩이를 선택했던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콩이를 제외하고는 가장 나이 많은 개가 네 살 정도였다"며 "나이도 많고, 건강도 좋지 않아 입양 가기 어려울 것 같아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콩이는 심장사상충에 걸려 있었고, 척추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말라 있었으며 치아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이후 그와 어머니의 돌봄 속에 건강을 회복하고, 열여섯 살이 된 지금도 건강히 지내고 있다. 그는 "지금도 산책 나가면 한 시간은 돌아다녀야 한다"며 "눈이 탁해지고, 자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여전히 잘 먹고 잘 지낸다"고 전했다.

콩이(오른쪽)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로리를 보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갔다. 김승수 제공

콩이(오른쪽)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로리를 보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갔다. 김승수 제공

태어나서 10년간 한 번도 철창 밖을 나와보지 못한 콩이가 새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사람과 교감해 본 적이 없어 사람과 눈을 아예 마주치지 못했고, 안으려 하면 극도의 공포감을 드러냈다. 이가 적응하는 데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반려견 로리의 역할이 컸다. 그는 "콩이는 집에 온 이후 얼마 동안은 방석을 벗어나질 못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로리의 행동을 따라가고 의지하면서 적응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식탐이 많은 로리였지만 콩이에게는 밥도 내어줄 정도로 잘 챙겼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콩이가 너무 교감하려 해서 힘들기도 하다"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짖고, 건드리고 요구사항이 많다"며 웃었다.

콩이 키우며 노견 위한 밀키트 제작하고 싶어 회사 창업

김승수와 김승수의 어머니가 로리와 콩이를 안고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김승수 제공

김승수와 김승수의 어머니가 로리와 콩이를 안고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김승수 제공

김승수는 콩이가 점차 나이가 들면서 노견 건강에 관심이 생겼고, 더 잘 먹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방송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할 정도로 요리를 잘하고 좋아하는 그는 노견에게 먹이기 쉽고 건강에도 좋은 밀키트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후 지인들과 뜻을 모아 올해 초 회사를 차렸다. 회사명인 텐이얼즈애프터반려견이 10년 후에도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다는 의미를, 브랜드명인 '오플'은 오플러스의 약자로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노견도 5년 이상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텐이얼즈애프터는 반려견 밀키트를 출시하면서 수익금 80%를 실험견 구조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와 인디밴드 네 팀을 지원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최근 시작했다. 실험견은 실험에 동원되면서 짖는 법을 잊어버렸고, 인디밴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연 기회가 사라졌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승수가 KBS2 예능프로그램 '편스토랑'에 나와 반려견 콩이를 위해 만든 닭고기 케이크(왼쪽)와 콩이가 케이크를 먹는 모습. 편스토랑 캡처

김승수가 KBS2 예능프로그램 '편스토랑'에 나와 반려견 콩이를 위해 만든 닭고기 케이크(왼쪽)와 콩이가 케이크를 먹는 모습. 편스토랑 캡처

김승수는 "실험견은 실험실에서 태어나 땅 한 번 제대로 밟아보지도 못한 채 실험에 동원되다 생을 마감한다"며 "유기견뿐 아니라 실험견을 지원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인디밴드 이외에 동물에 관심 있는 문화인들과 위기에 처한 동물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유기견 입양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유기견을 입양하는 데 필요한 건 책임감 외에는 없는 것 같다"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데려오면 결국 사람도, 동물도 불행해진다. 사람이 아닌 동물 입장을 생각하고 입양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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