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마케팅 쿠팡서만 40만건...마약 상호도 200여곳
최근 10년 사이 마케팅 급증 청소년 마약 경각심 낮춰
국회·식약처 관련 규제 검토 시작
마약 떡볶이, 마약 김밥.
국내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일명 '마약 마케팅'을 앞으로 못 볼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마약 사범 급증에 이런 마약 마케팅이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당국이 마약 마케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 한데 규제가 시작되면, '마약'으로 상표나 특허권을 받은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걸까.
국내에서 '중독성 있는 맛'을 강조하기 위해 음식 이름에 '마약'을 붙이는 게 본격적으로 통용된 시점은 2000년대 이후로 추정된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에 마약이 들어간 음식점은 총 200여 곳으로 2000년 이전에 개업한 9곳을 제외하곤 모두 그 이후에 개업했다.
뿐만 아니다. 최근 마약 마케팅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장진영 변호사는 19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6월까지만 해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마약을 검색하면 쿠팡 기준 약 40만 건, 네이버 쇼핑에서는 한 30만 건이 검색됐다"고 밝혔다. 10대 쇼핑몰로 범위를 넓히면 150만 건가량이 검색됐다. 최근에는 마약 마케팅이 더 발전해 '헤로인커피', '대마토스트'처럼 구체적인 종류가 들어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마약 마케팅 시기, 청소년 마약사범 급증과 맞물려
혹자는 '마약 단속이 문제지, 마케팅이 무슨 문제냐'고 따질 수도 있지만, 마약이 긍정적 표현으로 쓰이면서 경각심을 약화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장 변호사는 "마약 마케팅이 유행된 게 2010년께 전후이고, 최근 청소년 마약 범죄율도 매년 20~30% 늘고 있다"고 짚었다. 어릴 때부터 맛있는 음식에 '마약'이란 수식어가 붙는 걸 보고 자란 청소년들이 싼 값에, 어렵지 않은 경로로 마약에 노출됐을 때 무방비 상태로 중독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장 변호사는 "미국은 대마초도 허용되는 주가 있을 정도로 마약에 대해 우리보다 훨씬 관대하다. 그런데 구글에 마약을 영어단어로 검색하면, 우리처럼 이런 상품들이 검색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만 (마약 마케팅이) 수백만 건이 뜨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마약 급증과 맞물려 이런 우려가 커지면서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 등이 지난 8월 마약과 같은 유해 약물을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넣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법 개정 이후 고시·시행령 개정 등 후속 절차를 위한 준비를 하기로 했다. 서울시의회도 지난 18일 마약류 상품명을 남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의 조례를 발의했다.
다만 관련 규제가 시행될 때 우려되는 문제도 있다. 특허청에 '마약 ◯◯'으로 상표 등록이 됐고 상품이 이미 출시된 경우 이 상품의 유통·판매를 규제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마약' 상호를 단 200여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의 광고, 온라인 배달 서비스 사용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장 변호사는 "우리나라 특허청이 마약베개나 마약이불 이런 것들을 이미 상표로 등록해 줬다"며 "국가가 상표로 등록해 보호하고 있는 것을 못 하게 한다면 또 모순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들 상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소급적용은 사실상 불가능할 거란 전망이다. 장 변호사는 "(마약이 들어간 상표가) 등록이 돼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쇼핑몰에서 파는 것이 마땅하냐는 사회적인 합의, 토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