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감독이 됐으니 높은 곳을 향해 달리겠다. 3년 안에 한국시리즈까지 해보고 싶다.”
‘잠실곰’을 지휘하는 ‘국민 타자’ 이승엽(46) 두산 감독이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3년 계약 기간 동안 매년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숫자 ‘7’이 좋아 등번호 77번을 단 이 감독은 “내년 구체적인 목표 순위 발언은 너무 이른 것 같다”면서도 “올해보다 훨씬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는 건 약속할 수 있다. 분명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이 맡은 두산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강팀이다. 하지만 올해 9위로 처지면서 김태형 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재야의 거물' 이 감독을 11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현역 시절 36번을 달고 뛰었던 삼성 출신 레전드의 깜짝 현장 복귀다.
이 감독은 “(은퇴 후) 5년간 떠나 있다가 감독 계약이 확정되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면서 “감독은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내후년 더 나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라며 “3년 계약 기간 안에 한국시리즈까지 해보고 싶다. 쉽지 않겠지만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푸른 유니폼만 입다가 지도자로 다른 팀 유니폼을 처음 착용한 이 감독은 취재진에게 “어색하죠”라고 물은 뒤 “(선수 때) 팀을 옮겨봤기 때문에 그렇게 어색하지 않다. 난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공교롭게 취임식 날 이 감독의 친정 삼성도 새 사령탑을 발표했다. 삼성의 16대 사령탑이 된 ‘국민 유격수’ 박진만(46) 감독은 이 감독과 동갑내기로 국가대표에서 한국 야구의 영광을 함께 했다. 박 감독도 이 감독과 계약 기간(3년)이 같다. 내년부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간 흥미로운 지략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이 감독은 “항상 삼성에서 받았던 큰 사랑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가슴 속에 갖고 있다”며 “박진만 감독은 2000 시드니 올림픽부터 2008 베이징 올림픽까지 함께 뛰었던 좋은 친구다. 하지만 친구보다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두산 승리를 위해 뛸 거다. 박 감독도 마찬가지다. 젊은 감독들이 중심이 돼 멀어진 팬들의 발길을 조금이라도 불러들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두산을 다시 일으켜야 할 이 감독은 내년 전력 보강을 위해 좋은 포수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포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좋은 포수가 있으면 투수들도, 야수들도 경기를 편하게 풀어갈 수 있다”며 내부 자유계약선수(FA) 박세혁을 붙잡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감독은 ‘학교 폭력’ 논란이 있는 신인 투수 김유성, 오른손 투수 이영하와 관련된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그는 “구단으로부터 김유성이 피해자와 충분히 사과하고 화해하려 한다고 들었다.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필요하다면 나도 사과할 용의가 있다. 이영하 선수도 잘 해결돼 팀에 복귀했으면 좋겠다. 그 전에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감독 역시 “선수 시절 (팬들에게) 크고 작은 실수를 했다”면서 “좀 더 낮은 자세로 가겠다. 동네 아저씨처럼 편안한 감독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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