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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래도 잘하지 않았어요?"...'유령총리' 조롱에도 버티는 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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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래도 잘하지 않았어요?"...'유령총리' 조롱에도 버티는 트러스

입력
2022.10.18 17: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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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국가 위해 일할 때" 사퇴 거부
"사무실만 있고 권위는 없다" 조롱 확산
보수당도 등 돌려...자리 지키기 어려울 듯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경제를 대혼란에 빠뜨린 감세 정책 사태로, 당 안팎에서 거센 퇴진 압력을 받고 있지만 사퇴를 거부하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트러스 총리는 "실수를 빨리 바로잡았다", "지금은 국가를 위해 일할 때"라는 해명으로 악화된 여론을 무마시키려 하지만, 이미 총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데다 당내 지지 세력도 속속 등을 돌리고 있어 자리보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제러미 헌트(가운데) 영국 재무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에서 감세안 철회를 발표하고 있다. 그 뒤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리즈 트러스(맨 오른쪽) 총리가 보인다. 런던=AFP 연합뉴스

제러미 헌트(가운데) 영국 재무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에서 감세안 철회를 발표하고 있다. 그 뒤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리즈 트러스(맨 오른쪽) 총리가 보인다. 런던=AFP 연합뉴스


트러스 "과한 행동, 죄송... 그래도 정직하지 않았나"

트러스 총리는 17일(현지시간) "높은 세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고자 했는데 (그 효과가) 너무 멀리, 너무 빨리 갔다"며 "과한 행동이었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BBC 인터뷰에서 말했다. '정치적 동지' 쿼지 콰텡 전 재무부 장관 경질에 이어 거듭 몸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퇴는 없다"고 못 박았다. 트러스 총리는 "나라를 위해 일하도록 선출됐고, 지금 필요한 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총선에서 보수당을 이끌겠다"고도 강조했다. 의회 임기가 끝나는 2024년 말까지 자리를 지키겠단 뜻이다.

트러스 총리는 자신이 실수를 빨리 인정해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전략을 가진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을 임명하는 등 실수를 바로잡고자 신속하게 행동했고, 해결했다"며 "이는 실수를 인정하는 정직한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자평했다. 집권 초기 경험 부족으로 정책적 실수를 범했지만, 유연한 대처로 위기를 넘긴 만큼 국민들에게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 한 셈이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의회를 떠나는 차량에 탑승해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의회를 떠나는 차량에 탑승해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이미 총리직 넘겨준 듯" 떨어진 권위... '암울한 미래'

그러나 트러스 총리의 앞날은 어두워 보인다. 당장 그가 발표했던 감세 정책 대부분이 폐기되며, 그가 직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감세, 미니 예산안 등으로 영국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것은 트러스 총리의 핵심 공약이었다. 트러스 총리가 구원투수로 임명한 헌트 재무부 장관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소득세율 인하, 관광객 면세, 배당세율 인하 등 총리가 주도한 감세안을 줄줄이 뒤집는 것이었다.

헌트 장관 발표 직후 파운드화와 국채 가격이 오르는 등 금융시장에서 곧장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것도 트러스 총리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헌트 장관은 '경제 자문위원회'를 꾸려 트러스표 예산안에 추가 칼질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총리로서의 권위가 이미 땅에 떨어진 건 더 문제다. 헌트 장관이 17일 의회에 출석해 감세안 취소를 발표할 때 트러스 총리는 그의 뒤에서 침묵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를 두고 "총리 자리를 헌트 장관에게 넘겨준 것이냐"란 말이 회의장에서 대놓고 나왔다. 의원 토론 시간에 트러스 총리가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가 "'지도자'인 총리는 어디 있나요?"라고 조롱하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트러스 총리를 지지했던 보수당 의원들도 속속 등을 돌리는 등 당내 상황도 심각해지고 있다. 트러스 총리 사임을 공개 요구한 보수당 의원은 5명이 됐다. 익명의 한 보수당 의원은 "(트러스 사임이) 다수 의견 같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18일 발행된 영국 주요 신문들은 트러스 총리 상황을 "유령"(더선), "사무실은 있지만 권력은 없다"(데일리메일), "칼끝에 놓인 운명"(파이낸셜타임스) 등으로 묘사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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