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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장애인 등 교회에서 자리 찾기 어려워" 한국 천주교회, 이례적 반성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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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장애인 등 교회에서 자리 찾기 어려워" 한국 천주교회, 이례적 반성 보고서

입력
2022.10.18 17:30
수정
2022.10.18 17:3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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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가운데) 대주교가 지난 4월 17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가운데) 대주교가 지난 4월 17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천주교가 노인과 장애인, 이주 노동자와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지 못했다고 반성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천주교회가 신자는 물론 사회와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전체 교회 차원에서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 천주교 최고의사결정기구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내년에 열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를 앞두고 지난 8월 교황청에 제출한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를 18일 공개했다. 통상 4년마다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는 세계의 주교들이 교황청에 모여 교구와 국가, 대륙 등 각지에서 정리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교황이 시노드 이후에 내리는 권고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상 교회 정책을 이끄는 지침이 된다. 내년 시노드의 주제는 '친교, 참여, 사명'으로 한국 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에 따라 올해 초부터 6개월 가까이 개별 성당 수준에서부터 성직자와 신자들의 의견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교구는 성소수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기도 했다(본보 5월 9일 자). 그간 시노드에 제출한 한국 교회 의견서를 공개하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주교회의 측은 이번에는 각 성당에서부터 의견을 모았기 때문에 내용을 궁금해하는 신자들이 많아서 의견서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한국 교회는 종합 의견서에서 “청소년·청년과 노인, 장애인, 북한 이탈 주민,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 성소수자 등은 교회 안에서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음을 바라보게 됐다”고 밝혔다. 의견서는 젊은이들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젊은이들이 종교에 무관심한 것은 “교회가 그들을 떠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적었다.

이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과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과 장애인, 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로 인권을 침해당하는 이들을 위해서 교회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성의 존엄성을 지키고 이주민의 한국 적응을 돕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의 제언도 제시됐다. 또 한국 교회는 '가난한 이를 위한 자선의 교회’가 아니라 그들이 교회의 당당한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가난한 이의 교회’가 되려는 용기와 결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견서는 다만 성소수자들이 교회에 머물기 어려운 상황만 거론하는 데 그치고 이들에 대한 별다른 제언은 내놓지 않았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여러 소수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포괄적으로 언급했다"며 " 무엇보다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그들을 위한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의견서에는 신자 고령화와 교회 내부 소통의 약화 등 교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위기의식도 담겼다. 의견서는 “성직자와 평신도, 수도자가 서로에게 온전한 동반자가 되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이것이 교회 내 여러 어려움에 근본적 요인이 되고 있음을 성찰한다”고 강조했다. 교회 정책에 평신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문제와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적 태도 등도 지적됐다.

젊은 신자가 줄면서 신자가 갈수록 고령화하고 있는 문제도 언급됐다. 2021년 기준으로 전국 모든 교구(16개)에서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0%를 넘었다. 천주교 신자는 593만8,045명으로 2020년보다 0.2% 늘어났지만 50세 미만 신자는 292만4,288명으로 2.3% 줄었다. 감소폭이 가장 큰 연령대는 20~24세(10.1%)였다. 독거노인이 많고 노인 빈곤율도 높은 탓에 노인들이 교회 안에서 소외당하지 않도록 노인 관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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