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제외한 모든 대륙서 발생…80명 이상 숨져
에너지 수요 급증·강달러·우크라 전쟁 겹쳐
OPEC+는 원유 감산…당분간 기름난 계속될 듯
#.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높은 물가와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이어졌다. 3주째인 정유업계 파업으로 에너지난이 심화한 게 발단이었다. 16일엔 주최측 추산 14만 명의 시위대가 파리에 모여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를 규탄하고 "긴급 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쳤다. 2018년 10월 유가 인상 반대 시위로 시작해 반정부 시위로 번진 '노란조끼 시위'가 재현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 올해 8월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에선 기름 부족을 규탄하는 시위대와 진압 경찰이 충돌하며 전국적인 폭력 사태로 번졌다. 한 달 만에 경찰 6명을 포함해 최소 33명이 숨졌다. 현지 L당 기름값은 올해 3월 1만2,000레오네(약 1,020원)에서 4개월 만에 2만2,000레오네(약 1,870원)로 뛰었다.
유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뛰쳐나와 시위를 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올해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 92개 국가·지역에서 기름값 관련 시위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시위로 8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헨리 윌킨슨 지정학적 위기 관리 그룹 '드래곤플라이' 책임자는 "에너지 문제가 없었던 국가에서도 에너지 시위가 일어난 게 올해의 이례적인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92개 국가·지역의 3분의 1은 지난해 에너지 시위가 일어나지 않은 곳이었다.
기름난은 복합적 결과…당분간 지속될 듯
최근 '기름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①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 수출량 제한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②코로나19 팬데믹이 회복기에 들어서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한 효과도 크다. 팬데믹 초기 원유 수요가 뚝 떨어지며 석유업계가 생산 규모를 줄이거나 폐업한 탓에 최근 급증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③전례 없는 '강달러'도 문제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 달러가 통용되기 때문에 달러값이 오르면 비용도 상승한다. 이에 통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외화가 부족한 저개발국은 원유를 사들이느라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 올해 5월 일시적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스리랑카가 대표적인 예다.
기름난은 당분간 계속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협상은 공전 상태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내년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못 박았다. 석유수출국기구 국제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가 다음 달부터 원유 생산을 하루 200만 배럴씩 줄이기로 한 것도 악재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 때문이라고 오펙플러스는 설명했지만,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가 올해 4분기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고 내년 1분기에는 115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