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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감독, '미혹' 주인공 이름에 담은 특별한 의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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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감독, '미혹' 주인공 이름에 담은 특별한 의미 [인터뷰]

입력
2022.10.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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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감독이 '미혹'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엔케이컨텐츠 제공

김진영 감독이 '미혹'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엔케이컨텐츠 제공

첫 장편작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감독의 기분은 어떨까. 한없이 기쁠 듯하지만 김진영 감독은 약간의 우울감을 지니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바꿀 수 없는 결과물을 세상에 선보이는 것과 관련해 자연스레 찾아온 감정이었다. 그러나 이는 기우인 듯하다. 김 감독은 등장인물의 이름에까지 깊은 고민을 담았고 매력적인 공포 영화가 탄생했다.

김진영 감독은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미혹'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미혹'은 아이를 잃은 슬픔에 빠진 가족이 새로운 아이를 입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담은 작품이다. 박효주는 죽은 아이를 잊지 못하는 엄마 현우로 변신했다. 김민재는 새로운 아이의 입양을 결정하고 가정의 평화를 바라는 남편 석호 역을, 차선우는 미스터리한 이웃 영준 역을 맡았다.

왜 현우·한별일까

김진영 감독이 '미혹' 속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대해 말했다. 엔케이컨텐츠 제공

김진영 감독이 '미혹' 속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대해 말했다. 엔케이컨텐츠 제공

김 감독은 2014년 '미혹'을 썼다. 그러나 2022년이 된 후에야 이 작품이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시간의 흐르는 동안 '미혹'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다. 김 감독의 생각이 달라지고 영화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인물들이 더욱 입체적으로 변화했고 관객들이 더욱 잘 몰입할 수 있는 내용으로 거듭나면서 수정고에는 새로움이 더해졌다. 김 감독은 "과거의 '미혹'은 아이들에게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전했다.

여주인공의 이름은 달라진 부분 중 하나다. 현우는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이름이다. 김 감독의 고민이 담긴 지점이다. 그는 "예전에는 현우가 아닌 현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현우가 목사 부인이면서 엄마다. 그런데 수동적이고 나약한 느낌보다는 강단 있고 강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중성적인 이름으로 하면 어떨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세상을 떠난 아이로 등장하는 한별이의 이름과 관련해서는 "별이 갖고 있는 상징성이 좋았다. 하늘에 떠 있지 않느냐. 그리워할 수 있는 대상인 듯했다"고 말했다.

'미혹' 배우들과의 호흡

'미혹'은 인물들의 감정선이 돋보이는 영화다. 캐스팅은 김 감독에게 중요한 숙제였다. 가장 먼저 캐스팅된 배우는 김민재였다. 석호는 가부장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지만 때로는 나약하게 보이는 인물이다. 김 감독은 "김민재 배우가 맡는다면 석호가 살아있는 인물처럼 보일 듯했다"고 말했다. 박효주에 대해서는 "섬세한 감정 변화를 납득시켜줄 수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새로운 배역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차선우와 관련해서는 그가 임팩트 있는 영준 역을 잘 그려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아이들은 세 사람과 함께 영화를 이끌었다. 김 감독은 언론시사회를 찾았을 때 "마주 앉아 질문을 했을 때 하고 싶은 얘기를 내게 할 수 있는 아이인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했다"며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를 캐스팅하려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이야기가 나오자 김 감독은 "우리 영화의 아역들은 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더라. 그게 너무 좋았다. 이 친구들을 배려해 줘도 그들이 얼마나 힘든지는 정확히 모를 수밖에 없다. 또한 아역들은 정서적으로 취약하다. 자기 얘기를 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현장에서 프로 같은 면모를 보여줬다고도 했다.

'미혹' 빛낸 장소들

김진영 감독이 '미혹'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엔케이컨텐츠 제공

김진영 감독이 '미혹'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엔케이컨텐츠 제공

'미혹' 속 장소들은 극속에 흐르는 스산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김 감독은 장소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품에서는 위층과 아래층으로 부모와 아이들의 공간이 분리돼 있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는 단층집이 많지 않으냐. 적당한 공간을 찾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난관 속에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냈다. 거실에는 가벽이 있었고 아이들의 방에는 또 다른 방이 존재했다. 김 감독은 방 안의 방에 대해 "아이들만의 세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저수지 또한 집만큼이나 중요한 장소다. 김 감독는 "실제로 있는 저수지다. 시나리오에 있는 걸 구현할 수 있는 저수지가 많지 않았다"고 했다. 당초 찾았던 저수지가 있었지만 비가 많이 와 물이 차는 바람에 그 장소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작품 속 저수지는 새로 찾은 곳이다. 김 감독은 "새로운 저수지가 낮에 보면 에쁜데 밤에 보면 으슥했다. 마음에 들더라. 저수지 가는 길에 물에 잠긴 나무들이 있는데 그런 풍경들이 우리 영화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진영 감독에게 찾아온 겹경사

김 감독은 겹경사를 맞이한 상황이다. '미혹'이 개봉했고 그가 쓴 소설 '마당이 있는 집'도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앞서 배우 김태희가 '마당이 있는 집' 출연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김 감독은 이와 관련해 "너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대본을 아직 읽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밝히며 "세상에 안 나오는 이야기가 많지 않으냐. 어떻게든 드라마로 만들어지길 원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미혹'의 개봉을 앞두고는 약간의 우울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친한 드라마 작가에게 마음을 털어놨더니 '출간 블루'라는 답변이 돌아왔단다. 김 감독은 "바꿀 수 없는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 일이 마냥 행복한 게 아니라 걱정과 여러 감정이 드는 거라는 말을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그의 복잡 미묘한 감정도 최선을 다했기에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계속 일하는 게 목표"라는 김 감독의 첫 장편작 '미혹'에 기대가 모인다.

'미혹'은 19일 개봉했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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