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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트렁크에 수시로 개 가둬” vs “사실과 달라” 공방 속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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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트렁크에 수시로 개 가둬” vs “사실과 달라” 공방 속 진실은?

입력
2022.10.18 09:00
수정
2023.11.0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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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 저녁 무렵 이 아파트 단지를 지나던 A씨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개가 내는 신음소리라고 생각한 A씨는 근처에 유기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그러나, 주변에는 개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소리가 나는 곳을 찾던 A씨의 눈에는 창에 습기가 가득 차 있는 SUV 자동차 한 대가 들어왔습니다. 자동차 쪽으로 가까이 간 그는 매우 놀랐습니다. 차 안에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두 마리가 트렁크 속 이동장에 갇혀서 숨에 찬 듯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A씨는 “이동장의 사이즈도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쓰기에는 작은 편이라 개가 일어설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물이라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차주를 찾으려 자동차 앞자리에 전화번호가 남겨져 있는지를 확인했지만, 연락처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습니다. 어찌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A씨는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A씨는 어쩌다 한번 벌어지는 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봄부터 수개월간 개들이 차 안에서 밤을 지새우는 걸 반복해서 목격했다고 합니다. A씨는 "개들이 매일 밤 케이지에 갇혀 물도 못 마시고 올 여름 열대야를 버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마다 A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민원을 제기할까 고민했지만, 주민도 아닌 A씨가 분란을 일으킨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 망설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개들이 트렁크에서 밤을 지새는 모습이 계속 목격되는 걸 참다 못한 A씨는 결국 동물보호단체 ‘한국리트리버레스큐’ 활동가 B씨에게 이 상황을 제보했습니다.

지난 9일,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리트리버 품종 개들이 차 트렁크에 방치된다는 제보를 받은 동물단체 활동가 B씨가 현장에서 개들을 살펴보고 있다. 활동가 B씨 제공

지난 9일,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리트리버 품종 개들이 차 트렁크에 방치된다는 제보를 받은 동물단체 활동가 B씨가 현장에서 개들을 살펴보고 있다. 활동가 B씨 제공

제보를 받은 B씨는 9일, 문제의 아파트 단지로 향했습니다. 현장에서 수소문하던 B씨는 마침내 차량 주인인 C(76)씨와 마주했습니다. B씨는 C씨에게 “개들을 왜 트렁크에 넣어두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C씨는 “병원과 자신이 운영하는 농장을 오갈 때 잠시 트렁크에 넣어둘 뿐, 계속 트렁크에 넣어두고 학대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C씨는 B씨에게 “저녁에도 개들을 데리고 산책을 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B씨는 현장에서 밤늦게까지 기다리며 C씨가 개들을 데리고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C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B씨는 “이렇게 개를 키우도록 내버려둘 순 없다”며 C씨의 소유권 포기를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B씨는 청주시청에 이 사실을 알리고 조치를 취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민원을 접수한 청주시 동물보호팀은 12일 C씨의 사육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차량과 C씨가 운영하는 농장의 사육환경도 확인한 청주시 동물보호팀은 개들을 지자체 동물보호소에 임시 격리조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청주시 관계자는 동그람이에 “B씨가 제시한 영상을 통해 개들이 트렁크에 장시간 놓인 걸 확인했고, 농장에 있다는 견사도 살펴봤다”며 “농장에 있는 견사도 리트리버 품종 개를 키우기에는 다소 좁다고 판단해 임시 격리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C씨가 현장조사에서 농장 견사를 고치겠다고 약속한 만큼 실제로 이행되는지를 살핀 뒤 반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A씨가 가장 걱정하는 건 개들의 상태입니다. A씨 말대로라면 여름 내내 자동차 트렁크에서 밤을 지낸 만큼 건강상에 이상이 발생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청주시 관계자는 개들의 상태에 대해 묻는 동그람이에 “외견상 큰 이상은 없다”면서도 “한 마리가 다리를 조금 절뚝거리는데 이게 장시간 이동장에 갇혀 있어서 생긴 문제인지, 리트리버에 많이 발생하는 고관절이형성증과 같은 선천적 질병 탓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12일 청주시 동물보호팀은 C씨가 개들에게 제공하는 환경을 확인한 뒤 '개들이 지내기에 부적절하다'며 임시 격리조치를 실시하고 C씨에게 사육환경 개선을 할 것을 요구했다. 리트리버 견생역전 유튜브 채널 캡처

12일 청주시 동물보호팀은 C씨가 개들에게 제공하는 환경을 확인한 뒤 '개들이 지내기에 부적절하다'며 임시 격리조치를 실시하고 C씨에게 사육환경 개선을 할 것을 요구했다. 리트리버 견생역전 유튜브 채널 캡처

개를 키우는 C씨의 입장도 들어봤습니다. 동그람이와의 통화에 응한 C씨는 “개들을 매일 밤 트렁크에 방치한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누가 그렇게 말하는지 대면해보고 싶다”며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는 "평소에 개들은 내가 운영하는 농장에서 먹고 자며 지낸다"며 "내가 보름에 한번 병원에 갈 때만 동행차 차에 태우고 집에 돌아와 트렁크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9일 B씨와 만났을 때, ‘저녁에 산책을 나가겠다’고 얘기한 뒤에 밤새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B씨는 이에 대해서도 “부인이 수차례 수술을 받아서 거동이 불편해 부축이 필요하다”며 그날도 부인을 돌보느라 밖으로 미처 나오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차 트렁크에 두지 말고 집안으로 개들을 데리고 들어갈 수는 없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아내 뿐 아니라 며느리도 아프다"며 "집에 환자가 많아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대신 C씨는 "겨울이면 농장에 있는 농막에서 개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하고, 나도 농막에서 개들과 자곤 한다"며 방치 의혹을 재차 부인했습니다.

C씨는 농장에서 개들이 지내는 견사가 비좁다는 청주시 관계자의 지적에 대해서도 “이미 개들이 사용할 공간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자리가 다 마련되면 데려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차 트렁크에 개들을 놔둔 건 불가피했지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개들의 소유권을 포기하라는 B씨 요구에 대해서는 “개들이 훈련을 잘 받아서 내가 제때 약을 먹을 수 있도록 약바구니를 챙겨주는 애들”이라며 “내가 죽을 때까지 데리고 있을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동물학대 및 방치와는 별개로 C씨는 동물판매업 등록이나 동물생산업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새끼 강아지들의 분양 게시물을 올렸다. C씨는 이에 대해 "사료값만 받고 무상 분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양 플랫폼 게시글 캡처

동물학대 및 방치와는 별개로 C씨는 동물판매업 등록이나 동물생산업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새끼 강아지들의 분양 게시물을 올렸다. C씨는 이에 대해 "사료값만 받고 무상 분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양 플랫폼 게시글 캡처

학대 의혹과는 별개로 이 사건은 한 가지 확인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B씨는 동그람이에 “C씨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로 온라인 분양 플랫폼에 두 차례 분양글을 올린 것이 확인됐다”며 “C씨는 동물생산업 허가도 받지 않았고, 동물판매업 등록도 하지 않은 만큼 엄연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에 대해 C씨는 “동물생산업 허가를 받았거나 동물판매업 등록을 한 적은 없다”면서도 “중성화를 하지 않은 까닭에 새끼가 태어났고, 분양글을 올린 건 맞지만 사료값만 받고 사실상 무상으로 넘겨줬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분양글에 대해서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글을 올려줬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특별사법경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청주시 관계자는 양측 공방에 대해 “임시격리 조치와는 별개로 조사를 진행해 혐의점이 확인되면 검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2022년 12월, C씨를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청주시 관계자는 동그람이에 "C씨의 행동을 동물학대로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검찰 판단이 나와 개들을 C씨에게 돌려줬다"고 밝혔습니다. 청주시는 2023년 상반기 동안 C씨가 개들을 잘 돌보고 있는지 확인했으며,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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