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개 기업 노·사 104명 현장 목소리 청취
공식 활동기한 내달 17일... 연장 가능성
주 52시간제 유연화·연공급제 해소 방향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을 다듬기 위한 전문가 논의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대기업·정규직·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재 노동시장의 개혁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처음부터 강조했던 '주 52시간제 유연화'와 '연공급제 해소'가 개혁의 주요 골자인데, 위원회는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조만간 구체적인 방법론을 내놓을 예정이다.
17일 연구회는 간담회를 열고 그간 진행된 논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회는 3개월간 전체회의 12회, 현장소통 11회, 외부 전문가 발제 등을 통해 노동시장 개편 관련 현장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했다. 연구회 좌장을 맡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67개 기업 노·사 직원 104명과 전문가 15명 등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폭넓게 듣고자 했다"며 "현장에서는 임금·근로시간 제도 등 현행 법·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위원회는 연공형 임금체계를 "가장 중요한 타깃"이라고 언급하면서 주된 개혁 대상으로 꼽았다. 권 교수는 "연공형 임금체계는 장기고용을 전제로 연공을 쌓을 수 있는 사람들, 즉 대기업 정규직 남성들에게만 배타적으로 이로운 임금체계"라며 "현재 근로자 1,000명 이상 대기업의 70%가 연공형 임금체계를 채택하고 있지만, 이 구조가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대안을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논의 사항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 연구 보고서가 나오더라도 정부나 국회에 대한 권고에 그친다는 뜻이다. 법으로 규율할 수 있는 주 52시간제 유연화 등 근로시간 개혁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직무급제·성과급제 등 노사가 자율로 결정하는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권 교수는 "특정 임금체계를 권고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기업이 필요에 의해 임금체계를 전환하고자 할 때 그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은 정부가 맡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특정 직무 평균 임금 수준이 얼마인지 등을 조사해 데이터베이스로 제공함으로써 중견·중소기업이 직무급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주 52시간제는 주 단위 근로시간 계산을 월 단위로 확대해 근로자 선택의 자율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목적이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용률은 낮은데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며 "소수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근로를 독점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에 새롭게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근로시간 단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연구회 공식 활동 기한은 다음 달 17일까지지만, 예상보다 논의가 길어질 경우 최대 2개월까지 활동이 연장될 수 있다. 권 교수는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쟁점, 정부 정책으로 가능한 일, 그리고 사회적 대화를 추가로 거쳐야 하는 일 등을 구분해 해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기업 내부에서 공정성에 입각한 개혁 요구가 나오고 있어 이것을 중요한 에너지로 삼아 결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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