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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이유" vs "용서 못 해"...감산 놓고 미국·사우디 또 '으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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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이유" vs "용서 못 해"...감산 놓고 미국·사우디 또 '으르렁'

입력
2022.10.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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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왕 "감산, 경제적 이유로"
중간선거 앞둔 바이든, 강경 기조 재확인
"G20서 빈살만 왕세자 안 만나"

원유 감산을 막기 위해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간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해변도시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제다=로이터 연합뉴스

원유 감산을 막기 위해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간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해변도시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제다=로이터 연합뉴스

중동 산유국들의 대규모 감산 결정을 놓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의 신경전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이 관계 재설정을 거론하며 으름장을 놓자 사우디는 국왕이 직접 나서 "감산 결정은 경제적 이유"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번 감산으로 중간선거에서 불리한 코너에 몰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사우디에 대한 안보 지원 철회'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 국왕 "감산, 경제적 이유로"

16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이날 국정자문회의에서 "사우디는 국제 원유 시장의 안정과 균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수출구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결정에는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사우디가 "러시아 편에 섰다"고 보는 미국의 주장을 반박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동생인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장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란도 OPEC 회원국인데, 그렇다면 사우디가 이란과도 같은 편인가"라며 이번 결정이 '경제적 이유'임을 재차 강조했다. 감산에 동조해 '친러' 의심을 받으면서 미국의 눈 밖에 난 △이라크 △쿠웨이트 △오만 등 중동 산유국들도 이날 한목소리로 "감산은 경제적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오펙+는 다음 달부터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물가 안정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감산을 미뤄달라던 미국의 부탁을 정면으로 거스른 셈이다.

2019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리야드=타스 연합뉴스

2019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리야드=타스 연합뉴스


"용납 못 해"… 미국, 강경 대응 재확인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사우디의 해명에도 미국은 사우디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감산을 결정한 사우디와 관계를 재평가하는 과정에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관련 선택지에는 미의 안보 지원 변경도 포함된다"고 미 CNN방송에 밝혔다. 최악의 경우 무기 판매 등 사우디에 대한 안보 지원 약속도 철회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또 "바이든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날 계획이 없다"며 사우디와 당장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감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감산으로 원윳값이 오를 경우 물가가 불안해져, 정부 여당에는 선거 악재로 작용한다. 더구나 원유 수출로 이익을 얻는 러시아의 돈줄을 조이려는 서방의 제재에도 차질이 생겨, 사우디의 감산 결정을 곱게 볼 수가 없다. "사우디가 결국 러시아를 편든 것"이라는 시각이 워싱턴 정가에 확산된 이유다.

하지만 사우디 역시 미국의 강경 대응에 물러서지 않고 있다. "경제적 이유"라고 해명하는 자세를 취했지만, '미국이 중간선거를 의식해 한 달 정도만 감산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등 신경전을 이어갔다.

언론인 살해 혐의를 이유로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를 '왕따' 시키겠다는 미국에 무조건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안보를 위해 미국이 사우디와 손을 쉽게 놓을 수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반영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미국이 무기 판매 금지 등 안보 협력 축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쓸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라며 "이란과의 핵 합의가 요원한 가운데 미국의 중동 내 안보 이익을 위해서라도 사우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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