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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업의 지배구조를 흔드는 손

입력
2022.10.18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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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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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재벌 문제의 핵심은 지배주주들이 전체 그룹의 주식 중에서 극히 일부만을 보유하고도 피라미드형 소유구조나 순환출자를 통해서 그룹 전체에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한다는 데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공식적으로 회사의 임원이나 이사직을 맡지 않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에 대해서 법적인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들에게 부여되는 소위 '총수'나 '오너'라는 타이틀은 전권을 지닌 권력자를 의미하지만 실제로는 공식적인 직함이 아니다.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감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을 대신해서 총수 일가가 총대를 메는 것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이런 권력은 오히려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탈하여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에 남용되기 십상이다. 우리나라 공정거래 법제도의 상당 부분이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과 남용을 막는 데에 할애되고 있다는 점은 재벌의 이런 지배구조가 갖는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한다.

그런데 주식을 하나도 보유하지 않고 법적으로 아무런 권한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일부 기업의 경영에 비공식적으로 개입하는 주체가 또 있다. 바로 정부와 정치권이다. 이런 움직임은 특히 포스코나 KT와 같이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정부 보유 주식의 분산 매각을 통하여 민영화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 기업들은 소유구조가 분산되어 지배주주가 따로 없기 때문에 국민기업이라고도 불리는데, 보는 이에 따라서는 주인 없는 무주공산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잊을 만하면 이들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면서 주인 행세를 해왔는데 그 주된 경로는 최고경영자 인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민영화 이후 KT 역대 수장들 중에 상당수는 정권 교체 직후 사퇴하거나 사법적 조사 대상이 되었고, 포스코의 경우에는 민영화 이후 정권 교체기마다 매번 수장이 바뀌는 역사를 겪어왔다. 최근 포스코의 태풍 피해에 대한 경영진 책임론도 같은 맥락으로 의구심을 사고 있다.

정부는 주인 없는 기업이 잘못될까 봐 선의의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런 주장은 재벌 오너들이 소액주주를 위해서 회사 경영권을 장악한다는 주장만큼 공허하게 들린다. 공식적이고 투명한 규제 절차를 통하지 않고 공적인 위력을 이용하여 뒷문으로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일은 남용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자칫 이들 기업의 인사나 경영이 정권의 전리품이 된다면, 능력보다 정치권 줄대기가 득세하는 분위기 속에 기업은 길을 잃고 경쟁에 뒤처지게 될 것이다. 현재 경영진은 전 정권에서 심어 놓은 낙하산이므로, 이번에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논리는 이런 관행을 계속 반복하자는 주장에 불과하다.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처럼 정부가 상장된 공기업의 대주주인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정부는 이런 기업에 절대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을 포함한 일반 주주들의 의견이 무시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이익이 침탈당하는 일도 허다하다. 한국전력의 이사회는 주주들의 이해보다는 정부의 의중을 파악하고 받들기에 바쁘다. 그러다 보니 수십조 원 적자가 누적되는데도 전기요금 정상화를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마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재벌들은 공정위 눈치라도 보지만, 정부의 전횡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는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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