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본사와 광림 나노스 쌍방울 등 4곳 압수수색
검찰, 임직원 쪼개기 동원 의혹 계열사 전방위 수사
대북사업 합의서 관련 '경기도-쌍방울 커넥션' 의혹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 뉴시스
쌍방울그룹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19년 거액의 외화가 중국으로 밀반출된 정황을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권을 따내는 대가로 북한으로 뭉칫돈이 건너갔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17일 서울 용산구 쌍방울그룹 본사와 신당동 소재 쌍방울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외화 반출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와 광림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쌍방울 관계자는 "검찰이 2019년 당시 모든 계열사의 주요 임직원이 외화 밀반출에 동원됐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재산국외도피 혐의가 기재됐다.
검찰은 쌍방울이 2019년 1월 본사와 핵심 계열사 임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1인당 수천만~수억 원 상당의 달러를 중국으로 몰래 반출했다는 단서를 잡았다. 외국환거래법상 1만 달러(약 1,400만 원)가 넘는 외화를 해외로 가져갈 때는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쌍방울 임직원들은 당시 개인 소지품에 달러를 숨겨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뒤 중국 선양의 타오셴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쌍방울 전 부회장 A씨 등을 만나 달러를 전달하고 당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를 해외로 전달할 때 '환치기' 방식이 아닌 외화 직접 반출은 이례적인 방식이다. 검찰은 뭉칫돈 조성 경위와 자금의 종착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외화 반출 시점인 2019년은 쌍방울이 북한과의 경제협력사업을 본격화하던 때다. 핵심 계열사 나노스는 그해 1월 쌍방울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과 10년 지기로 알려진 사단법인 아태평화교류협회 안모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그러면서 광물개발과 해외자원 개발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검찰은 2019년 1월과 5월 김 전 회장이 중국 선양을 방문해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 광물사업 등을 논의할 때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쌍방울은 당시 희토류 등 광물 채굴사업을 북측과 추진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를 14일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면서 합의서 작성 개입과 관련한 내용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쌍방울은 경기도와 아태협이 2018년 11월과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공동 개최한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비용을 아태협을 통해 후원하기도 했다. 아태협 결산공시자료를 보면, 2018년 쌍방울은 6억 원, 나노스는 3억 원을 후원했다. 2019년에도 광림 등 쌍방울 계열사는 물론 쌍방울과 밀접한 KH그룹 주력 계열사 필룩스도 1억4,000만 원을 후원했다. 당시 행사에는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이 참석했다.
검찰은 아태협 관계자들과 외화 밀반출에 관여한 쌍방울 임직원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 차원에서 북한 인사들과 접촉한 데다, 이화영 당시 부지사가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이 추진한 대북사업 전반에 걸쳐 이 대표가 관여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이화영-쌍방울그룹 관련 의혹 일지.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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