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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철금속 전략물자 60일분까지 비축한다

입력
2022.10.18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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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이야기다.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독일군 고위 장교가 점령한 미군 진지를 살펴보다가 한 병사의 배낭에서 초콜릿 케이크를 발견하고 자신들은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절망했다. 독일군은 연료를 아껴가며 싸우는데 미군은 가족이 보낸 케이크까지 배달될 정도로 보급망이 잘 갖춰져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전투는 무기로 하지만, 전쟁은 물자로 한다'라는 말은 비단 군사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전 세계가 총성 없는 경제전쟁을 벌이는 현 시대에 보급, 즉 공급망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글로벌 공급망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조달청도 최근 공급망 위기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조달청은 수급조절, 물가안정, 위기대응을 목표로 국내 산업 수요가 높은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 6종, 22만5,000톤과 리튬 등 희소금속 9종, 2만3,000톤을 국내 9개 비축기지에 저장하고 있다. 글로벌 위기로 공급망 패러다임이 비용 효율성 추구에서 비상시를 대비한 안정적 물량확보로 바뀌면서 조달청도 이에 대처하기 위해 비축정책 발전방향을 마련했다.

발전방향의 핵심은 비축 규모 확대와 품목 다양화 그리고 운영의 유연화·정교화다. 먼저 비철금속 6종의 비축량을 국내 수입 수요 대비 현재 51일분에서 60일분인 28만8,000톤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미래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알루미늄, 니켈의 비축 확대를 우선 추진한다. 여기에 경제안보 품목, 국민생활 밀접 물자 등으로 비축 품목을 다양화해 올해 정수처리용 활성탄, 차량용 요소의 비축을 시작할 예정이다.

비축방식도 다변화해 중소기업 공통 수요 원자재를 조달청이 우선 구매 후 공급하는 '단기 비축', 원자재 가격변동 위험 회피를 위한 '선물연계 비축' 등 여러 형태의 비축방식을 도입하고, 민간 비축물자를 조달청 비축시설에 보관하는 '민관공동 비축'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원자재 시장 동향과 국내 수급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비축 품목 및 규격이 산업 수요에 맞는지 정기적으로 검토해 비축비중을 조정하는 한편, 위급 상황에 대비한 안전 재고와 평상시 기업 지원을 위한 운영재고의 차별성을 높여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다. 여러 정책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와 자금 등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하므로 관계 부처와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국가적 차원의 공급망 관리는 실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 러-우 전쟁과 미-중 패권경쟁 격화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확산되면서 공공비축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공급망 위기 시대에도 조달청은 공공비축기관으로서 성찰과 고민, 민간 소통을 통해 향후 나아갈 방향과 혁신적 아이디어를 찾고, 한발 앞선 대응으로 국민생활과 경제안보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다.


이종욱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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