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3년 만에 열린 울산고래축제
시민단체들 축제 현장서 비판 기자회견
고래 보호, 생태 내용 빠진 채 정체성 모호
"고래축제는 해양생태계의 상징이자 우리가 보호해야 할 멸종위기동물인 고래의 '진짜 이야기'를 전해야 합니다."
시민환경연구소, 시셰퍼드코리아, 울산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은 15일 고래축제가 열리고 있는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박물관 앞에서 고래 축제를 '고래보호 생태축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에서는 사망한 고래에게 헌화하며 애도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시민단체는 이번 축제를 계기로 △울산 고래축제를 고래보호 생태축제로의 전환 △혼획 고래의 거래 및 유통 금지와 모든 고래류 해양보호생물 지정 △수족관 고래 복지 마련과 돌고래 관광선의 운영 제한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선 울산에서 매년 열리는 고래축제가 고래 보호와 생태는 다루지 않고 정체성이 모호한 행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축제 프로그램 상당수는 음악회, 뮤지컬, 고래아저씨 뽐내기 대회 등 고래와 관련 없는 내용이다.
이들은 또 국내에서 밍크고래를 비롯 매년 1,000여 마리 이상의 고래류가 그물에 걸리는 혼획 또는 불법포획으로 목숨을 잃고 있지만 축제에는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고래고기를 취식해 온 울산과 경북지역의 고래 혼획 빈도는 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며 "정부는 혼획을 줄일 저감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혼획된 고래의 유통을 전면 금지하며 밍크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할 수 있음에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속 돌고래 네 마리를 위한 복지체계 마련을 요구했다. 서민태 울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돌고래를 감금하고 있는 공공기관은 울산 남구청이 유일하다"고 했다. 또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향으로 고래를 보겠다는 이들이 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고래의 무리를 헤치고 스트레스를 주는 돌고래 관광선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축제가 시민의 고래 보호 의식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민환경연구소가 올해 1월 발표한 '해양포유류 보호에 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5.5%가 "고래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고래 고기 판매를 반대한다"는 응답 역시 72.9%에 달했다. 정홍석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은 "시민들은 고래를 이용의 대상이 아닌 보호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며 "남구청은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축제에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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