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부산타워, 부산항대교, 광안대교, 영화의전당 등 주요 시설물은 공연을 하루 앞두고 보랏빛 옷으로 갈아입었고 시내 곳곳에선 보라색 옷을 아미(방탄소년단 팬덤)가 활보하며 축제를 즐겼다. 보라색은 방탄소년단(BTS)을 상징하는 색이다. 전날부터 김해공항, 부산역은 보라색 인파로 출렁였다. 전 세계 아미 총연합회가 열리기라도 하듯 국내 팬뿐만 아니라 유럽, 동남아시아, 일본, 북미 등 세계 곳곳에서 모인 방탄소년단 팬들이 공연이 열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비롯해 라이브플레이가 열린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야외주차장과 해운대해수욕장 특설무대 인근도 보라색 인파로 넘실거렸다.
15일 서울역에서 부산역으로 향하는 KTX는 방탄소년단의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을 관람하려는 세계 각국의 팬들로 가득했다. 부산역에서 부산항으로 연결되는 길목도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에서 온 10대 소녀 가브리엘라와 어머니, 두 이모는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콘서트 티켓을 구하지 못한 대신 라이브플레이를 보기 위해 부산항을 찾았다. 조카 덕에 아미가 됐다는 이모 엘레나는 “1년 반 전부터 팬이 됐다”며 “이제 BTS는 내 모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 이날 가장 먼저 도착한 팬들 중 일부는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었다. 펜스 너머 경기장 입구가 조금이나마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공연을 위해 한 달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는 네덜란드 여성 줄리아(24)는 “콘서트 티켓을 구하지 못해 공연장 밖에서라도 보기 위해 아침 7시쯤 여기로 왔다”면서 “오늘 공연이 당분간 마지막 공연이 될 수 있기에 꼭 보고 싶었다”고 했다.
무료로 열린 이번 콘서트는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베이거스' 이후 6개월 만, 국내 콘서트로는 지난 3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이후 7개월 만의 대면 공연이다. ‘마이크 드롭’을 시작으로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이 ‘달려라 방탄’, ‘런’을 잇달아 부르자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은 쌀쌀한 가을 저녁 공기가 무색하게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슈가는 “부산이 도시 전체에서 방탄소년단과 함께하는 페스티벌을 하는 느낌”이라며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를 제대로 만들어야겠다는 각오가 생긴다”고 말했다..
부산은 멤버 중 정국과 지민의 고향이다. 정국은 “부산에서 이렇게 많은 아미들과 시간을 함께하게 되니 설렌다”고 했고, 지민은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행복인데 고향으로 모실 수 있다는 게 정말 설레고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10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투입된 이번 공연에서 이들은 2시간여 동안 19곡을 불렀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는 약 5만 명, 부산항과 해운대 등에서 진행된 라이브플레이에선 1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와 제페토, 네이버 나우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됐는데 위버스에서 관람한 이들만 4,500만 명에 이르렀다.
본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13일 생일이었던 지민을 향해 생일축하곡을 불렀고 다시 무대로 돌아온 멤버들은 앙코르 곡으로 ‘봄날’을 불렀다. 공연장에는 봄날에 벚꽃이 흩날리듯 종이 조각이 객석 위로 반짝거리며 떨어졌다. 마지막 곡으로는 공연 제목이기도 한 ‘옛 투 컴’을 불렀다.
이날 공연은 방탄소년단이 솔로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뒤 연 첫 공연이자 이들의 군입대 전 여는 사실상 마지막 무대다. 정국은 “고향인 부산에서 공연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며 소감을 전했고, 지민은 “우리 공연이 오늘만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할 거니까 아쉬워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멤버들 중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낸 제이홉에 이어 솔로 싱글을 준비 중이라는 맏형 진은 “현재 잡혀 있는 콘서트는 오늘이 마지막이어서 ‘언제 다시 또 하게 될까’ ‘또 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시간을 마음에 담아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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