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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받아 '부실 의심 학술지' 논문 게재 폭증, 1위는 서울대… 5년간 총 649억 게재료 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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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지원받아 '부실 의심 학술지' 논문 게재 폭증, 1위는 서울대… 5년간 총 649억 게재료 추산

입력
2022.10.18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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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의원실, KISTI 의뢰해 분석한 결과
정부 지원 논문 16%, 논란 학술지에 게재
서울대·경북대·부산대·성균관대 순 많아
"논문 게재 수로 실적 평가 시스템 변해야"

국내 대학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학계에서 논란이 되는 '부실 의심 학술지'에 게재하는 논문이 크게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대학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학계에서 논란이 되는 '부실 의심 학술지'에 게재하는 논문이 크게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5년간 정부 지원을 받아 출판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의 15.9%가 '부실 의심 학술지'에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 의심 학술지 게재 논문은 5년간 4배 폭증했는데, 10위권엔 거점 국립대, 주요 사립대들이 포함됐고 서울대가 1위를 차지했다. 허술한 검증 과정을 거친 논문 양산에 공공자금이 투입되고 있을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18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연구재단 연구개발(R&D) 사업 논문 성과 현황' 자료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오픈액세스센터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2017~2021년 재단의 R&D 지원을 받은 SCI급 논문 12만6,505편(중복 연구 제외) 중 의심 학술지에 실린 논문은 2만103편(15.9%)에 달했다.

2017년 1,648편, 2018년 2,348편, 2019년 3,655편, 2020년 5,821편, 2021년 6,631편으로 매년 급격히 증가했다.

부실 의심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이 많은 상위 10개 기관은 서울대(903편), 경북대(841편), 부산대(801편), 성균관대(798편), 고려대(717편), 중앙대(700편), 연세대(681편), 경희대(675편), 한양대(627편), 전남대(503편) 순이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는 지난해 3월 일명 '약탈적 저널' 등 출판 윤리를 어기고 학계를 교란시키는 저널들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 그해 7월부터 강력한 규제를 실시 중"이라며 "KISTI 기준을 근거로 교내 학술상·지원 프로그램, 외부 학술활동 지원 등에서 (의심 학술지 게재 사실이 있으면)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실 의심 학술지’란 동료심사(Peer Review) 같은 학계의 엄격한 심사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상업주의적으로 논문을 출판한다는 의혹을 받는 학술지(저널)를 뜻한다. 유명 학술지와 이름만 비슷한 ‘위조 학술지’, 돈만 내면 쉽게 논문을 실어주는 ‘약탈적 학술지’, 한 번에 수백 편 논문을 대량 발행하며 간소화된 심사만 거치는 ‘대량 발행 학술지’ 등이 있다.

이번 분석에서는 세계 주요 기관의 4가지 저널 평가 목록에 한 번이라도 포함되면 '부실 의심 학술지'로 분류했다. KISTI의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SAFE), 중국과학원 '국제 저널 조기경보목록', 부실 학술지 목록으로 유명한 '빌의 목록'(Beall’s List), 노르웨이 국립학술출판위원회의 Level-X 리스트다.

한국연구재단은 매년 7조 원 이상 정부 R&D 자금을 지원·관리·집행한다. 센터는 재단 지원을 받은 논문 중 교신저자(대표 책임 저자)의 소속기관이 한국에 있는 SCI급(SCIE·SSCI·A&HCI) 저널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공신력이 떨어지는 비SCI급 논문은 애초 분석에서 제외했다.

SCI급 저널은 글로벌 학술정보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에서 공신력이 높다고 평가한 저명 학술지를 뜻한다. 다만 SCI급 저널 중에서도 일부는 1회 출판 시 500편 이상 논문을 대량 발행하거나, 논문의 검토 및 수정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는 등 '품질 관리'가 안 되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게 학계 진단이다.

이런 의심 학술지들은 '논문을 출판하지 못하면 도태되는'(Publish or Perish) 학계 분위기 속에서 이윤 추구 성향의 출판사와 성과 압박에 시달리거나 쉽게 성과를 챙기려는 연구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성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통의 학술지는 대개 게재료가 무료거나 몇십만 원 수준이지만, 의심 학술지는 200만~300만 원 수준의 고가 게재료를 요구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인영 의원실 제공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인영 의원실 제공

이인영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5년간 해외로 유출된 논문게재료(APC)만 64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의심 학술지에 출판된 2만103편 가운데 약 4분의 3이 스위스 학술 출판사인 MDPI 계열의 53종 저널에 게재됐는데, 이 저널들의 평균 APC는 323만 원이었다. 대외적으로 게재료가 비공개인 다른 학술지들도 비슷한 금액대라고 가정했을 때, 전체 게재료로만 649억여 원이 투입됐을 것이라는 추정치다.

논문 출판량이 많은 '부실 의심 학술지'의 상위 10종 중 8종은 MDPI 계열이었다. MDPI 학술지 전체를 문제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몇몇 요주의 저널들은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대한수학회는 지난해 회원들에게, MDPI 등을 거론하며 '평판 나쁜 저널에 출판된 논문을 임용, 승진, 연구비 심사에서 연구실적으로 불인정하기를 권고한다'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효빈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집행이사는 “학문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동료심사만 한 달에서 길면 반년이 넘어가는데, 의심 학술지 중에선 (투고부터 게재까지) 평균 출판일이 3주 안쪽인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논문은 ‘투고-저널 편집자 심사-동료심사-개정 요구-재투고-게재’ 과정을 거친다.

이 집행이사는 “(허술한 연구 발표에) 세금으로 지원받은 연구비 중 수백만 원을 게재료로 내는 것도 문제지만, 공정한 학문 풍토를 해치는 행위”라며 “대충 쉽게 써서 1년에 논문 10편을 낸 사람과 3년 동안 두세 편 낸 사람 중에 전자가 승진과 임용에서 잘될 가능성이 크면 학계가 잘 굴러갈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국내 유명 이공계 대학의 한 박사과정생은 "돈을 받는 국가 과제는 결과로 논문을 내야 하는데, 본연구를 하느라 연주자의 여력이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검증이 덜한 저널에 급하게 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은 “연구 평가제도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 논문의 게재수로 연구자와 연구기관의 실적을 평가하는 현재 시스템이 개혁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학민국 학계의 자정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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