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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믿었는데"...디폴트 위기 내몰린 엘살바도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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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믿었는데"...디폴트 위기 내몰린 엘살바도르의 '눈물'

입력
2022.10.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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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세계최초 법정화폐로 인정
나라재정 투입해 비트코인 대거 매입
부채비율 90% 육박...돈 꾸기도 어려워 디폴트 가능성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7일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7일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고 대규모로 매입한 엘살바도르가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1년 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60% 가까이 급락하면서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경제적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9월 비트코인 법정화 이후, 비트코인 투자로 6,000만 달러(약 858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관련 인프라 구축 등의 비용을 포함하면 정부가 입은 전체 손실은 약 3억7,500만 달러(약 5,300억 원)에 달한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사들인 비트코인은 법정화폐 채택 당시 개당 4만7,000달러(약 6,700만 원)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2만 달러(약 2,800만 원)를 하회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법정화를 경기 활성화의 기회로 삼으려 했다. 쉬운 결제와 송금으로 내수 소비가 살아나길 바랐고, 해외에서 국내로의 송금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비트코인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암호화폐 지갑 애플리케이션 ‘치보(Chivo)’를 출시하고,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보너스도 지급했다. 국가 차원에서는 비트코인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재정을 이용해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매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경제활동을 하면서 비트코인을 결제와 송금 등에 쓰는 국민은 많지 않았고, 비트코인 값도 갈수록 떨어졌다. 지난 4월 공개된 미국 경제조사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치보의 실제 이용률은 전 국민의 20%에 불과했다. 또 전체 송금의 1.6%만이 치보를 통해 이뤄졌다. 엘살바도르 국민들이 정부가 주는 30달러의 보너스만 쓰고는 치보를 사실상 사용하지 않은 셈이다.

비트코인을 사용하기 위한 결제 인프라도 부족했다. 지난 3월 엘살바도르 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기업의 86%가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거래 캐시 앱의 책임자 마일스 수터는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와 치보 지갑 출시에 대해 "지나치게 서둘렀다"며 "여전히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큰 문제는 비트코인 투자로 구멍 난 나라 곳간이다. 안 그래도 재정 상황이 좋지 못했는데, 비트코인 투자 실패로 엘살바도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90%에 육박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인정하면서 외부에서 돈을 빌리기도 어려워졌다.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면서 국가 재정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평가하면서 엘살바도르의 신용 점수를 낮췄기 때문이다. 엘살바도르는 내년 1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8억 달러의 유로본드를 시작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줄줄이 상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디폴트 가능성도 거론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취약한 신흥시장 국가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CNBC는 "글로벌 대출 기관이 가격이 극도로 변동하기 쉬운 암호화폐에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는 국가에 돈을 빌려주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세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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