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중기 재정 계획 발표 때 포함될 듯
핵심 정책 잇단 철회에 리더십 흔들
경선 패했던 수낙 추대 움직임도 감지
'고소득자 소득세 인하'를 철회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이번엔 '법인세 인상'까지 검토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50년 만의 대규모 감세안이 불러온 영국발 금융위기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사실상 정책 백지화를 검토하는 것이다. 감세안 추진에서 그와 손발을 맞췄던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도 "두고 보자"며 이를 즉각 부인하지 않았다.
트러스 총리가 감세안에서 촉발된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자, 보수당 내부에서는 그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소득자 소득세 이어 법인세 정책도 철회?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법인세 인상을 폐지하는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이 현재 논의 중"이라고 영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결국 법인세를 당초 계획대로 인상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는 것이다. 트러스 총리의 대규모 감세안에는 2023년부터 법인세율을 19%에서 25%로 올리기로 한 전임 보리스 존슨 총리의 계획을 백지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법인세는 지난달 23일 발표한 연 450억 파운드 규모의 감세안에서 170억 파운드(약 27조5,000억 원)를 차지하는 대표 항목이다.
가디언은 "트러스 총리는 자신의 미니 예산을 수정하기로 함으로써 보수당 의원들과 시장의 강력한 압력에 굴복했다"며 "자신이 서명한 법인세 인하를 '유턴'하기 위한 길을 열었다"고 전했다. 총리실과 재무부 직원들이 감세안 추가 철회 방안을 작성하고 있지만 아직 최종 결정이 이뤄지진 않았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콰텡 장관은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법인세 정책 철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어디 한번 보자(Let's see)"고 답했다. 콰텡 장관은 법인세 인상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법인세를 경쟁력 있게 유지하고 싶었다"며 "총리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조치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 결정은 아직"… 31일 결단하나
잇단 헛발질로 트러스 총리는 취임 한 달을 넘은 시점에서 리더십 위기에 처하게 됐다. 시장의 부정적 반응과 당내 반발에 직면해 결국 핵심 정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파운드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추락하고, IMF까지 나서 "고강도 감세정책이 인플레이션과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재차 경고하자 트러스 총리도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앞서 그는 지난 3일(현지시간) 감세 계획 중 최고세율을 45%에서 40%로 낮추기로 했던 방안을 백지화했고, 두 번째 정책 유턴을 앞두고 있다.
가디언은 감세안 핵심 정책의 철회가 당장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정치권 안팎에서도 트러스 총리가 중기 재정 계획을 발표하는 오는 31일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보수당 의원들은 31일까지 결정을 연기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패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지 오스본 전 영국 재무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금융시장 혼란이 실물 경제 혼란을 야기하는 것을 감안할 때 감세안이 철회되기까지 18일을 더 기다리는 게 누구에게 이익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썼다.
트러스 총리와 콰텡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심지어 보수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 대표 경선에서 트러스 총리에게 패한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과 3위를 차지한 페니 모돈트 국제통상부 부장관을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제임스 클레벌리 외무장관은 "지도부를 바꾸는 것은 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매우 나쁜 생각"이라고 B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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