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LG아트센터 서울 개관 기념 연주회
사이먼 래틀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조성진
22년 '역삼시대' 마감, 강서구 마곡동 새 둥지
13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의 정식 개관을 알린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세계적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영국 명문 악단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의 협연은 기대 이상의 완벽한 조합이었다. 연주 후반부로 갈수록 정확한 리듬과 섬세한 표현으로 연주의 합을 제대로 보여준 이들의 무대에 관객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상대적으로 문화예술 시설이 부족한 지역으로 인식돼 왔던 서울 서남권의 변화를 예고하는 박수이기도 했다.
새로운 공간의 문법을 서서히 읽어내려는 듯 래틀은 1부 첫 곡인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을 끌어오르는 격정보다는 정갈하고 절제된 느낌으로 이끌었다.
뒤이은 곡은 객석의 뜨거운 환호 속에 등장한 조성진과 함께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였다. 조성진과 래틀은 자주 눈빛으로 교감하며 음악을 완성했다. 빈틈없는 정확성이 특징인 조성진은 최근 연주회에서 부쩍 감정 표현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이날도 풍부한 표현력으로 24개의 변주로 구성된 곡에 다채로운 색채를 입혔다. 조성진은 수차례 무대인사 끝에 앙코르곡으로 쇼팽의 에튀드 작품10 제12번 '혁명'을 들려줬다. 래틀은 조성진을 향한 팬들의 환호도, 앙코르 무대도 당연하다는 듯 조성진이 피아노 앞으로 향할 때 자연스럽게 하프 연주자 자리로 가 조성진의 피아노 독주를 감상했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7번과 라벨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무용시 '라 발스'로 구성한 연주회 2부에서는 2017년부터 음악감독으로 LSO를 이끌어 온 래틀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래틀의 리듬감 넘치는 움직임에 오케스트라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앙코르로 연주한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피날레로는 셈여림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다이내믹을 보여줬다.
지난 22년간의 강남구 역삼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마곡동에 새 둥지를 튼 LG아트센터 서울의 이날 개관 공연은 여러 면에서 화제였다. 티켓 판매 개시 40초 만에 매진된 공연이라는 점 외에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점도 관심을 모았다. 1,3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LG 시그니처홀'과 가변형 블랙박스 'U+ 스테이지' 등 2개의 공연장을 갖췄다.
이날 공연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로비는 안도의 손길을 확인하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 사진으로 간직하려는 관객들로 붐볐다. 조성진의 팬으로 잘 알려진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공연에 다녀갔다.
LG 시그니처홀의 음향 환경은 건조하고 울림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피아노 소리가 다소 딱딱하게 들리고 오케스트라 소리에 묻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다만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 아닌 벽면 잔향 가변장치를 조정할 수 있는 다목적 공연장으로 설계된 만큼 향후 다양한 공연 일정을 통해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는 게 관건일 듯하다.
이날 문을 연 LG아트센터 서울은 12월 18일까지 총 15편의 공연으로 구성된 ‘개관 페스티벌’을 이어간다. '알 디 메올라 재즈 트리오' 등 5편의 공연이 이미 전석 매진됐고 전체적으로 60% 이상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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