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석코치 영입은 ‘선배’ 김한수 전 삼성 감독

이승엽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특보가 두산 지휘봉을 잡는다. 사진은 이승엽이 2019년 부산 기장군청에서 열린 제29회 기장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선수단 출정식에서 홍보대사 위촉장을 수여받은 후 소감을 밝히는 모습. 부산=뉴스1
이승엽(46)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특보가 두산의 신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지도자 경험이 없는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가 두산 감독으로 선임된 정황을 놓고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두산은 14일 “이승엽 특보를 계약기간 3년 총액 18억원에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금 3억원에 연봉 5억원으로 초보 감독으로는 최고 대우 수준이다. 2004년 선동열 전 삼성 감독(5년 총액 15억원) 기록을 18년 만에 새로 썼다. 연봉 5억원은 디펜딩 챔피언 KT를 이끄는 이강철 감독과 같은 액수다.
차기 사령탑 후보 등록부터 정식 계약까지 ‘이승엽 감독 프로젝트’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일본 진출 시절 인연이 닿았던 김태룡 두산 단장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일본에서 선수로 뛸 때부터 김 단장님과 연이 닿았고 야구 얘기도 많이 했다”면서 “감독 제안은 전혀 생각 못했는데 이틀 전 제안해 주셨고 13일 와일드카드결정전 방송 중계 후 최종 결정을 내렸다”라고 계약 과정을 밝혔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레전드였지만, 지도자로서 능력은 베일에 싸인 상태다. 두산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며 ‘왕조 시절’을 거쳤지만, 올해는 정규시즌 9위에 그치며 팀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도자 능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데 현장 지도자 경험이 없는 ‘초보 감독’이 막중한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 감독이 자신의 첫 인사권을 활용해 김한수 전 삼성 감독을 수석 코치로 영입한 것도 이런 의견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수석코치는 삼성 2군코치(2008~2010) 1군 코치(2011~16)를 거쳐 삼성 감독(2017~19)까지 10년 이상 지도자를 지낸 베테랑이다. 둘은 인연도 깊다. 김한수 코치가 1994년에 삼성에 입단했고 이듬해 이 감독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현역 시절 이 감독이 1루를, 김 코치가 3루를 맡은 삼성 내야진은 리그 최강으로 평가받았다. 이 감독은 골든 글러브를 10차례, 김 코치도 6번 받았다. 이 감독이 두산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감독 경험이 있는 ‘선배’ 김 코치에 도움을 청했고, 김 코치 역시 기꺼이 ‘이승엽호’에 승선하기로 했다.
‘삼성맨’라는 점도 극복해야 할 요소다. 이 감독은 1995년 데뷔 이후 2017년 은퇴할 때까지 일본 시절(2004~2011)을 제외하고 줄곧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각종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실제로 삼성의 홈구장인 라이온즈파크에는 ‘삼성 레전드’ 이 감독의 모습과 그의 배번 36이 아로새겨져 있을 정도로 이 감독을 향한 삼성팬들의 애정은 깊다. 이 감독 역시 “현역 시절 팬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았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라며 삼성팬을 향한 고마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이 감독의 취임식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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