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님, 저 전국 1등 먹었어요"
"보디빌딩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요"
작은 고을 경북 의성의 대표 브랜드로 전통 ‘마늘’에다 ‘연예인급 보디빌더 김민재’를 추가해야 할 듯하다.
의성고 김민재(18)는 지난 10일 울산 문화예술회관에서 벌어진 제103회 전국 체육대회 보디빌딩 75㎏ 이상급(고등부)에서 우승했다. 전국 시도의 치열한 예선을 뚫고 올라온 8명에게만 결선 무대에 오르는 영광이 부여된 이날 결승전에서 김 선수는 압도적 기량과 퍼포먼스에 출중한 외모까지 과시하며 정상에 올랐다.
이날 대회는 생동감 넘치는 음악과 화려한 무대 그리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사회자의 박진감 넘치는 멘트 속에서 진행됐다. 한 사람, 한 사람 호명된 출전자들이 무대 위에서 박진감 넘치는 동작을 펼칠 때 마다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소리는 경연 분위기를 더욱 달아오르게 했다.
건강미와 활력 넘치는 아름다운 퍼포먼스가 순식간에 끝나고 최종 입상자 3명이 결정됐다. 사회자의 멘트에 따라 입상자들은 무대 위에 마련된 시상대 옆으로 도열했다. 그리고 3위 입상자를 알리는 아나운서의 발표 뒤 이제 남은 건 금메달 입상자 호명뿐.
“경북대표 의성고등학교 김민재”라는 이름이 장내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대회는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되었다. 결과적으로 김민재는 이제 조그만 마을 의성은 물론이고 한국을 넘어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안았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김 선수의 우승 소감이었다. 우승의 감회를 묻는 질문에 김민재는 난데없이 김주수 의성군수를 찾았다. “군수님, 저 전국 1등 먹었어요”라고 답해 주위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사연은 이러했다. 얼마 전 경북도 농구 클럽팀 대회에서 의성고 농구 클럽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농구부를 격려해주기 위해 이 학교를 방문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김민재는 부러움과 함께 약간의 질투심도 느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김 군수의 의성고 농구부 축하 방문이 도리어 자신에게는 전의를 불타게 만들어 버리는 결과가 되었다.
제52회 YMCA 미스터 선발대회, 2022년 미스터 & 미스 코리아 대회 75㎏ 이상급에서 우승을 휩쓸었지만 김 선수는 “이번 전국체전에서 반드시 우승을 해서 의성 군수에게서 격려를 받고 말겠다”고 다짐했던 것이다.
김 선수가 보디빌딩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19년. 당시 호리호리한 몸으로 잔병치레가 잦아 건강을 위해 시작한 것이 보디빌딩과의 첫 인연이었다. 처음에는 건강을 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변화가 찾아왔다. 육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게 되고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보디빌딩이라는 운동은 노력과 흘림 땀을 배신하지 않는 스포츠이고 이것이 보디빌딩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은 신장 186㎝, 몸무게 95㎏ 몸매는 말 할 것도 없고 잘생긴 얼굴까지 타고 났다. 거의 연예인급 외모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자신도 운동으로 인해 몸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고 부터는 이성으로부터 러브레터와 프로포즈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 부산 인천 대도시 친구들로부터 유사한 사연을 많이 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곳 의성에서는 그런 일은 아직까진 일어나지 않았다. 굳이 이성으로부터의 에피소드라고 한다면 길을 가다가 할머니들께서 “이리 함 와 바라”(이리 한번 와보아라)하고 부르셔서 다가가면 “고놈 참 실하다, 니 뉘집 아고(아들이고), 뭐하는 아고”하거나 할아버지들께서 “힘 좋게 생겼네. 마늘 좀 옮기도고(옮겨달라)하는 정도”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지금의 김민재가 있기까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두 사람이 있다. 윤영준(40) 감독과 장승철(53) 코치다. 의성고 교사인 윤 감독은 김의 학교생활과 운동에 관한 행정적 부분을 도맡고 있다. 의성군 보디빌딩 협회 이사인 장 코치는 김이 운동을 시작한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3년째 무보수 재능기부로 운동과 인성교육을 맡고 있다. 김에게는 인생의 멘토이자 친형같은 존재들이다. 이들 감독, 코치, 선수 3명은 모두 의성 출신이자 의성고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장 코치가 지켜본 김민재는 “열정과 노력 그리고 끈기라는 3박자를 모두 갖추었다. 하나를 알려주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궁금한 것을 질문을 해오는 적극적인 선수다. 이러한 열정과 노력이 쌓여 지금의 김민재를 만들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민재 역시 지금까지 도움을 받은 이들이 많지만 그중에서 장 코치를 빼면 지금의 자신을 아마 없었을 것이라고 고마워한다.
단적인 예로 올해 전국체전 예선전인 경북도대회 전날 체중 조절과 긴장감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러다 아침까지 잠을 자지 못할 것 같아 차라리 몸을 움직이면 잡념이라도 없어질 것 같아 늦은 시간에 장 코치에게 문자를 넣었다.
“코치님 잠을 통 이루지 못하겠습니다. 의성 종합운동장에 나가서 트랙을 좀 뛰어야겠습니다” 그 때가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그리고는 의성 종합운동장에 나가 새벽에 혼자서 뛰기 시작했다. 인적 없는 새벽 달빛 아래 별들을 친구삼아 혼자서 종합 운동장 트랙을 돌았다.
김민재는 지금도 그때를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한 20분 정도 뛰었을까 뒤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자신의 옆에서 함께 뛰어주는 이가 있었다. 장 코치였다. 신뢰라는 것은 입으로 말 몇 마디로 쌓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때 실감했다. 김은 장 코치를 통해 믿음과 신뢰라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장 코치는 “큰 대회 전날은 선수 자신만이 짊어질 수밖에 없는 무거운 짐이 있다. 그 누구도 그 짐을 함께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힘들게 걷고 있는 후배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곁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당시에는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아 그렇게 했던 것인데 마음을 알아준 민재가 도리어 고맙다“고 말했다.
의성의 3총사는 이제 “고향 의성을 전국에 알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보디빌딩이라는 스포츠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