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주 5일 사무실에 출근하며 영화를 준비했던 일화를 털어놔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정우는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에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액터스 하우스'는 한국 영화계 아이콘 같은 최고의 배우들이 관객들과 만나 연기 인생과 철학을 직접 들려주는 스페셜 토크 프로그램이다.
'더 테러 라이브'와 '터널'에서 활약한 하정우는 제약이 많은 캐릭터와 열려있는 캐릭터에 대해 비교하는 질문을 받자 "다 힘들다"면서 웃었다. 그는 "어떤 것이든 고생스럽다. 가장 어려운 것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현실감 없고 신빙성 없는 신을 찍어야 할 때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시나리오가 1부터 100페이지까지 완벽할 수 없는 거지만 70점만 되도 훌륭하다. 나머지 30점은 현장에서 채운다. 끝까지 안 채워지는 날은 굉장히 괴롭다. 이게 납득이 돼야 하고 이걸 보는 시청자들이 가짜라는 걸 느낄 텐데 의심을 갖고 연기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덧붙였다.
하정우는 무엇보다 영화의 '재미'를 강조했다. 그는 "캐릭터나 이 영화가 얘기하는 스토리가 재밌어야 한다. 상업영화 최고의 미덕이다. 재미가 없으면 존재 가치 자체가 없는 거다"라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터널의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땐 비극이었다"고 회상한 하정우는 "비극 중에 그런 비극이 없었다. 감독님도 그걸 읽고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같이 이야길 나누면서 이 남자가 100분에 가까운 시간을 고통만 받다 끝나면 누가 보고 싶겠나 했다. 상업영화로 가치가 있을까, 톤앤매너 조절을 해야겠다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안에서도 낭만은 있을 거고 생존본능이 강한 인물이고 아내를 만나야 한단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떻게든 멘탈을 잡았을 것"이라며 영화 '캐스트어웨이'를 참고했다고 고백했다. 하정우는 "처해진 상황은 비극적이지만 몸부림치고 벗어나려는 모습은 코믹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감독의 전작을 봤다는 하정우는 "이상했다. 늘 패기 넘치고 작가주의적인... 뭔가 어려웠다. 그런데 '더 테러 라이브' 시나리오를 봤는데 너무 재밌는 거다. 어떤 영화 촘촘하게 잘 짜여진 설계도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하정우는 "김병우 감독 성격이 낯을 가리고 수줍어하고 표현을 잘 못한다. 배우들이 다 같이 모여서 리허설을 많이 했다. 나는 주 5일 아침에 출근해서 리딩하면서 회의하고 이야기 주고받고 감독님의 숨겨진 디렉션이나 숨은 뜻이나 뭘 표현하려고 하는지 알아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들이 쉽게 얘기를 안 한다. 친해져야 한다. 그러다 보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중요한 힌트들을 갖게 된다"며 "잘 설계되어진 시나리오와 대사였는데 좀 더 현장성과 생중계 느낌으로 작업하며 바꿔나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하정우는 "처음엔 프롬프터 준비를 해줬다. 워낙 대사량이 많아서. 그런데 기계처럼 연기할 것 같아서 통으로 암기를 했다"고 말해 감탄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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