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수감자가 80대 동료 폭행... 사망
검찰, 폭행치사로 기소 징역 3년 구형
사인 심근경색…부검서 심장질환 발견
재판부 "병으로도 발생" 벌금 200만 원
교도소에서 같은 방의 동료 수감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가 1심에서 폭행 혐의만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말다툼과 폭행, 58분 뒤 숨진 재소자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A(84)씨는 2013년 살인죄로 징역 20년이 확정돼 대구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A씨는 교도소 내에서도 주기적으로 약을 먹는 고령자들이 생활하는 노인치료거실에서 지냈다.
A씨는 지난해 1월 16일 오후 8시 10분쯤 한 살 아래 수감자 B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잠자리 위치를 바꾸는 것에 B씨가 반대하며 큰소리를 내자, A씨는 욕설과 함께 “다 같이 논의하자는 데 말이 많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B씨가 욕설과 함께 A씨와 그 가족을 비방하는 말을 했다. 화가 난 A씨는 방석으로 여러 차례 B씨 머리 등을 때렸고, 주먹으로 왼쪽 눈 옆을 한 차례 때리며 한 손으로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A씨에게 폭행당한 B씨는 같은 날 오후 8시 21분쯤 노인치료거실에 설치된 응급버튼을 누른 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47분 뒤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불리는 ‘급성심근경색’이었다.
B씨는 아침과 저녁으로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뇌수술과 무릎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했다. 매주 한 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았는데, 같은 방 재소자인 A씨도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다. A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한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 "폭행으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려워"
법정에 선 A씨는 B씨를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폭행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며, 사망을 예견할 수도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 이상오)는 지난 7일 A씨 주장을 받아들여 폭행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다투다 방석과 손으로 머리 등을 때리고, 멱살을 잡고 흔들었지만 폭행 방법이나 정도, 횟수 등을 고려했을 때 사망할 정도로 중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B씨가 생전에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부검 결과도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B씨를 부검한 결과 심장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나타났지만, 증상을 호소하거나 진단받은 적이 없어 피해자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를 폭행하면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할 것으로 예견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심장질환을 앓고 있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 자극을 받으면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해자는 83세의 고령에 고혈압 환자로 관리되고 있었고, 2018년 6월 부정맥 및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상태여서 피고인의 폭행행위와 같은 외부 자극 없이 병리적 요인만으로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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