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스캐너 검색도 당사자 동의해야 가능
15개 공항·항만에는 구형 폭발물탐지기뿐
마약소지 입증해야 영장 신청 및 수색 허용
몸속에 마약을 넣고 운반하는 이른바 ‘보디패커(body packer)’ 활동이 국내에서도 확인됐지만, 이를 단속할 수 있는 ‘전신 스캐너’는 전국에 3대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령 이 장비를 통해 검색을 하려 해도 당사자가 동의해야 해 현실적으로 입국 단계에서 보디패커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디패커 적발, 장비 없고 절차도 까다로워
13일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디패커를 탐지할 수 있는 전신 스캐너는 한국에 총 3대다. 이마저도 모두 인천국제공항에 구축돼 있다. 2017년 인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 1대, 2020년 인천공항 2터미널 입국장에 2대가 도입됐다. 인천공항을 뺀 전국 15개 공항과 항구에는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다.
전신 스캐너는 검사받는 사람이 양손으로 폴대를 잡은 뒤, 엑스레이(X-ray)로 뼈대와 장기를 촬영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절차는 상당히 까다롭다. 당사자 동의서가 구비돼야 촬영이 가능하다. 관세청 관계자는 “모든 입국자를 검색하는 장비는 없으며 신변 검색기(전신 스캐너)도 촬영 대상자 허락이 필수”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을 제외한 다른 공항ㆍ항구에는 구형 마약폭발물 탐지기가 설치돼 있으나 보디패커를 걸러내는 기능은 없다. 마약이 들어 있는 가방의 손잡이를 문지른 뒤 탐지기에 넣고 성분을 대조하는 방식이라, 외관에 마약을 묻히지 않고 옮기는 보디패커를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 채취한 샘플도 기기에 등록된 데이터와 일치해야 적발할 수 있어 일주일이면 2, 3종씩 등장하는 신종 마약을 판별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공항이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검색장비도 있지만 전부 출국용이다. 탐지 범위 역시 승객이 소지한 흉기 등에 국한된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입국장은 관세청이, 출국장은 공항이 맡고 있다”면서 “최근 인천ㆍ김포공항에서 도입 중인 신형 원형검색대도 기내 위험을 방지하는 용도이며 마약 탐지는 관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약조직, 일반인 포섭... 예방 불가
보디패커 적발은 기술적 어려움도 크지만, ‘예방’은 더더욱 어렵다. 대개 보디패커를 고용하는 마약 조직들은 당국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마약 전과가 없는 일반인을 포섭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몸 안에서 마약 봉지가 터져 숨진 채 발견된 50대 한국인 보디패커도 모발에서는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마약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 간부는 “보디패커는 영장을 받아야 수색할 수 있다”며 “몸속에 마약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영장을 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현 상황에서는 관계기관의 적극적 공조가 보디패커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내 보디패커 대책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며 “모든 입국자를 검색할 수 없는 만큼 장비 도입과 더불어 수사기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의원은 “개별 사건에 대응하기보다 혁신을 통해 통관시스템 전체의 체질을 개선해야 마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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