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AZ·알보젠에 과징금 26억
복제약 생산 중단·국내 유통권 맞교환
"잠재적 경쟁자의 진입 막아도 위법"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13일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알보젠의 담합 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AZ)는 2016년 5월 △졸라덱스 △아리미덱스 △카소덱스 등 3개 의약품을 국내에서 대신 팔아 줄 회사를 물색하고 있었다. 3개 의약품은 전립선암, 유방암 증세 완화를 위한 호르몬 치료제로 아스트라제네카의 핵심 개발 상품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 중 한 곳으로 국내에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의약품 유통책을 찾던 중 아스트라제네카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다국적 제약회사 알보젠이 국내에서 졸라덱스 복제약을 개발 중이라는 정보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알보젠이 복제약 판매를 시작하면 보건복지부가 고시하는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에 따라 졸라덱스를 기존 판매 가격의 70%로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알보젠을 은밀하게 접촉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졸라덱스 등 3개 의약품의 한국 내 독점 유통권을 줄 테니 졸라덱스 복제약 생산·출시를 접어달라는 제안을 알보젠에 건넸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내민 뒷거래에 알보젠도 구미가 당겼다. 졸라덱스 복제약 출시는 3년 뒤인 2019년 3분기에나 가능한 상황에서 당장의 수입원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자체 개발한 복제약을 출시하는 대신 아스트라제네카의 의약품을 파는 게 더 남는 장사라는 판단도 했다.
양측은 같은 해 9월에 2016년 10월부터 2020년 말까지 3개 의약품의 국내 독점 유통권, 졸라덱스 복제약 생산 중단을 맞교환하는 계약을 했다. 이 계약은 2018년 1월 파기됐으나 알보젠은 현재까지 졸라덱스 복제약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알보젠 간 담합 행위를 적발한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양측에 과징금 26억4,500만 원을 부과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는 합의도 위법"이라며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항암제 관련 의약품 시장 내 담합을 시정한 이번 조치는 소비자의 약값 부담 완화, 의약품시장 경쟁 촉진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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