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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에 인증서도 발급"...미국 유타주, 동성커플 결혼식 성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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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에 인증서도 발급"...미국 유타주, 동성커플 결혼식 성지로

입력
2022.10.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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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동성커플 수천 쌍 온라인 결혼
코로나19로 결혼식장 없어지자, 시 당국이 서비스
법적 효력 없지만, 동성커플 유타주로 몰려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열린 남성 커플의 결혼식에서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밑에 펼쳐져 있다. AFP 연합뉴스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열린 남성 커플의 결혼식에서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밑에 펼쳐져 있다. AFP 연합뉴스

#. “배우자, 파트너, 남편 등의 호칭 중 뭘 사용하겠어요?” 미국 유타주 북쪽에 위치한 유타 카운티의 부서기인 벤 프레이는 지난 10일 온라인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Zoom)’을 통해 주례사를 하기 전 조심스레 물어봤다. 그는 지구 반대편인 중국 충칭시 아파트에서 열린 한 남성 커플의 결혼식을 주재하는 중이었다. 흰색 셔츠를 차려입은 홍지안 두안(29)이 “저는 아내가 되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남편이 될 거예요”라고 답하자, 프레이는 “그럼 이제 서로 결혼반지를 교환합시다”라며 축복했다.

미국의 유타 카운티가 전 세계 동성 커플의 ‘온라인 결혼식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유타 카운티 내 결혼식장이 문을 닫자 시 당국이 온라인 결혼식 서비스를 개시한 건데, 러시아와 중국, 필리핀 등 동성결혼이 불법인 국가들의 성소수자(LGBTQ) 커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유타 카운티는 주례는 물론 결혼 인증서까지 발급해 주고 있어 전 세계 동성 커플의 명소가 됐다.

1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초부터 문을 연 유타 카운티의 온라인 결혼식장에선 지금까지 150쌍의 중국인 동성 커플을 비롯해 수천 명의 전 세계 성소수자 커플이 결혼식을 올렸다.

10일 미국 유타주의 유타 카운티가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Zoom)'을 통해 주재한 결혼식에서 반지를 주고받는 중국인 남성 커플. 유타 카운티 홈페이지

10일 미국 유타주의 유타 카운티가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Zoom)'을 통해 주재한 결혼식에서 반지를 주고받는 중국인 남성 커플. 유타 카운티 홈페이지

동성 커플이 결혼이 가능한 법적 연령임을 증명하는 서류 양식을 제출하고, 35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하면 온라인 결혼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후 유타 카운티에선 주례자를 섭외, 줌을 통해 결혼식을 주재하고 성료가 되면 결혼 인증서를 보내준다. 유타 카운티의 결혼 인증서가 동성결혼이 불법인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법적 효력을 갖진 않지만, 이들의 결혼을 정부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큰 용기와 희망이 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실제 유타 카운티에서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지금까지 주례자로 중국인 동성 커플 12쌍을 결혼시킨 마이클 폴리는 이들의 환하게 웃는 표정을 잊지 못한다고 전했다. 폴리는 “결혼식을 중국 현지시간에 맞춰야 해서 보통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복을 갖춰 입는다”며 “사랑에 빠져 서로에게 헌신하길 맹세하는 부부의 눈을 바라보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결혼식을 올린 중국인 두안도 "부모님이 줌을 통해 우리의 결혼식에 참석했다"며 "2년 넘게 이어진 사랑이 결실을 맺었다"고 기뻐했다.

유타주는 본래 보수주의 기독교 교파인 모르몬교의 영향력이 커서 동성결혼에 거부감이 컸다. 그러나 2014년 미 연방법원이 유타주의 동성결혼 금지가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판결했고, 이후 차별금지법까지 도입되면서 성소수자의 권리가 크게 신장됐다. 유타주 시민들의 인식도 제고되면서 2017년 여론조사에서 동성결혼에 찬성하는 주민이 44%에 불과했지만, 2019년엔 77%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유타 주정부에서도 동성 커플을 둘러싼 차별과 편견을 없애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다. 유타 카운티에서 온라인 동성 결혼 서비스를 담당하는 루스 램튼은 “동성결혼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종교적 신념이 동성결혼을 허용한 법보다 우선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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