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안전공사 점검 2012년까지 받고 폐업
2014년 다시 문 열면서 안전점검 신청 안 해
일산화탄소 경보기 사망자 나온 객실엔 없어
천장서 구멍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 가능성"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북 포항의 모텔이 한국가스안전공사에 폐업신고가 돼 있어 영업 재개 후 8년간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점검 신청의무가 사업자에게 있어 경찰은 과실 여부를 확인한 뒤 모텔 업주를 입건할 방침이다.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투숙객 3명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항 A모텔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가스안전공사에서 안전점검을 받았다. 하지만 2012년 폐업 신고된 뒤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2013년 모텔을 방문했지만 문이 닫혀 있어 행정관청 확인 후 폐업으로 판단했다”며 “사용자가 다시 검사를 해달라는 요청이 없어 전산에도 폐업 상태로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A모텔은 2012년 경매로 매각된 후 2014년 12월부터 영업을 재개했으나, 올해까지 가스안전공사에서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다. 모텔 업주가 도시가스 공급업체에만 사용 신청을 하고, 가스안전공사에는 검사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검 신청 의무는 업주에게 있다는 게 공사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도 “모텔 업주가 공사에 사용 검사 신청을 하지 않은 사실을 파악했다”며 “과실이 확인되면 입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A모텔은 2014년 영업재개 후 지역 도시가스업체로부터 해마다 한 차례씩 점검을 받았다. 하지만 도시가스업체 차원의 점검은 주로 보일러실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누출 여부 정도만을 체크하기 때문에 촘촘한 점검에는 한계가 있다. 도시가스업체 관계자도 "가스안전공사는 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우리(도시가스 회사)는 가스가 새지 않고 잘 공급되는지를 살펴봐 검사 항목이 전혀 다르다"며 "도시가스 회사의 안전점검을 받더라도 공사에 신청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1995년에 지어진 A모텔은 1층 보일러실에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있었지만,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일산화탄소가 누출돼 사망자가 나온 5층 객실이나 옥상으로 올라가는 배기통 인근에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가스보일러 배기통은 오래돼 휘거나 쳐지면 빗물 등이 고여 배기가 원활하지 않아 불완전연소를 일으켜 일산화탄소가 바깥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경찰 수사결과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이날 투숙객 3명이 사망한 방 천장에서 성인 1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가로·세로 50㎝ 구멍을 발견했다. 투숙객이 숨진 방은 모텔 건물 최상층으로, 옥상에는 일산화탄소가 빠져나가는 연통이 설치돼 있다. 경찰 조사에서 모텔 업주는 "비가 새 누수 원인을 찾으려고 구멍을 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연통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일산화탄소가 천장 구멍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달 9일 A모텔에선 강원도에서 온 60대와 70대 여성 투숙객 3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지만 모두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투숙객 3명의 혈액에서 치사량 이상의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 경찰은 1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가스안전공사와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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