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덕 감독은 '글리치'에 앞서 '특종: 량첸살인기' '연애의 온도'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언뜻 보면 달라도 너무 다른 작품들이다. 장르부터 소재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노 감독은 '글리치'가 '특종: 량첸살인기' '연애의 온도'와의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노덕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글리치'는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전여빈)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나나)가 흔적 없이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효에 이입한 노덕 감독
노 감독은 주인공 지효에게 깊게 몰입했다. 그리고 지효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노 감독은 지효가 서른 살이지만 아직도 사회생활에 어색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그렇고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원하는 기준에 따라 커 가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느냐. 그렇게 하지만 각자에게는 처음 겪는 일이고 서툴다"고 이야기했다.
보라는 지효의 말을 믿어주고 그와 함께하는 친구다. 노 감독은 보라에 대해 '판타지성이 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라처럼 자신을 무조건 믿어주고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나타나는 게 쉽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축복, 선물 같은 일이다"라고 했다. 보라는 노 감독까지 '나도 저런 친구가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흔한 외계인과 보라의 타투
'글리치' 속 인물과 외계인의 비주얼에는 노 감독의 고민이 담겼다. 노 감독은 외계인의 비주얼을 구상하면서 '멋있고 새로운 걸 보여줘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작품의 핵심이 뭐지?'라는 질문에 주목했다. 그는 "'글리치'의 외계인은 일상 안에 들어와 있는 이질적 존재다"라고 설명했다. 이 이질적 존재는 모두가 외계인을 생각할 때 흔히 생각하는 비주얼을 갖고 있는데 노 감독은 "'외계인을 보여줘야지'에 주목했다면 디자인적으로 다채롭고 새롭게 보여줬을 거다"라고 밝혔다.
보라는 타투를 새기고 있는 인물이다. 보라의 타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노 감독은 과거 자신이 친구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원래 신체는 부모님에게 수동적으로 물려받은, 의지가 개입되지 않은 몸이다. 타투는 자기 몸에 상처를 내고 의미를 각인하면서 스스로 새로 정립한 신체로 거듭난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 감독은 "보라가 수많은 의심의 과정을 지나왔을 것 같았다. 그 수많은 의심에 과정에 대한 증거로서 물음표가 해소될 때마다 타투를 남겼을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글리치' 빛낸 전여빈·나나·이동휘·류경수의 열연
노 감독은 지효 보라에 대한 전여빈 나나의 해석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석이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는 걸 촬영 초반에 느꼈다"고 밝혔다. 지효는 전여빈 덕에 입체적으로 잘 그려질 수 있었다. 노 감독은 나나에 대해서는 "'굿와이프'를 보며 연기가 좋다고 생각했다. 작업을 함께할 기회가 생긴다면 좋을 듯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만남이 이뤄졌다"며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동휘와 류경수의 활약 또한 '글리치'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동휘는 지효의 남자친구를 연기했다. 류경수는 지효의 신고를 받고 실종사건 수사를 이어 나가는 경찰 병조로 변신했다. 노 감독과 이동휘는 앞서 '시네마틱드라마 SF9 - 만신'으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노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 친구가 굉장히 철저히 준비하고 현장에서도 계산된 연기를 위주로 하는 친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좋은 작업을 해봤기 때문에 깊은 신뢰가 있었다"고 밝혔다. 류경수에 대해서는 "병조가 멋있게 나오면 좋겠다 싶었다. 경수 배우가 갖고 있는 멋있음이 발현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해주더라"고 이야기했다.
'글리치'와 '특종: 량첸살인기'·'연애의 온도'
노 감독은 '글리치'가 이전 작품들인 '특종: 량첸살인기' '연애의 온도'와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그는 '특종: 량첸살인기'가 개인의 믿음이 진실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연애의 온도'가 타인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한 사람의 세계가 변하는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리치'에서 골고루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고 했다.
'글리치'는 노 감독에게 또 다른 의미도 갖는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좋은 동료들을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향한 신뢰를 내비치면서 "서로가 서로를 믿어주는 힘에 대해 알게 됐다"고 전했다.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그가 앞으로 선보일 작품들에도 기대가 모인다.
'글리치'는 지난 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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