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철에 일부러 조기총선?...논란 거세
부정부패 덮기 위한 '방탄선거' 비판도
'출마' 마하티르, 총리 재도전 최대 변수
말레이시아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한다. 여당과 집권 내각이 내년 7월까지 보장된 임기를 스스로 포기해야 할 정도로 정국 혼란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조기총선을 통해 구성될 새 의회는 신임 총리를 선출한 뒤 국왕의 지명을 받을 예정이다.
갑작스러운 말레이시아의 변화는 반복되는 홍수 피해와 부정부패,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라는 '핵심 키워드'를 살펴봐야 이해가 가능하다. 지난해 기준, 1,00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말레이시아에선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국왕도 우려하는 '홍수 피해'… "정권의 꼼수" 비난 폭발
12일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총선은 의회 해산일 기준으로 60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지난 10일 의회가 해산된 것을 감안하면 오는 12월 9일 전에 투표 절차를 마쳐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말레이시아가 매년 11월 중순부터 3월까지 홍수로 몸살을 앓는 나라라는 데 있다. 지난해에도 말레이시아는 홍수 기간에 54명이 사망하고 60억 달러의 재산피해를 입은 바 있다. 총선일이 11월 중순 이후로 결정된다면, 당연히 수많은 지역에선 정상적인 투표가 이뤄질 수 없다는 얘기다.
야권은 이에 "장마철 총선 실시는 투표율을 낮추려는 현 정권의 꼼수"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홍수로 투표장 이동이 어려워질 서민 대부분은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하다. 정치 이슈에 거리를 두던 국왕도 현 상황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국왕은 전날 "정치권은 11월 중순 이전에 조속히 총선이 이뤄지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기총선? '부정부패' 방패막이일 뿐"
야권은 이번 총선이 '정권 부정부패' 비판 여론 확산을 막기 위한 '방탄선거'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 집권 여당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은 다수의 부정부패 사건 중심에 서 있다. 우선 'UMNO의 대부' 나집 라작 전 총리는 지난 8월 국부기금 1말레이시아개발유한공사(1MBD)를 통해 7억 달러 이상을 횡령한 혐의로 최종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현 아마드 자치드 하미디 UMNO 총재 역시 47건의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아마드 총재에 대한 선고는 내년 초로 예정돼 있다. 말레이시아 야권 파카탄 하라판(PH)은 이와 관련 "현 정권은 아마드 총재에 대한 유죄 판결로 인한 지지층 이탈을 피하고, 그에 대한 유죄 선고 가능성까지 낮추기 위해 조기총선을 실시하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 번째 총리? 최대 변수는 '마하티르'
조기총선에 대한 불만 여론은 마하티르 전 총리의 재등판으로 이어졌다. 올해 97세인 마하티르 전 총리는 지난 2003년까지 22년 동안 말레이시아를 통치한 인물이다. 그는 UMNO와 갈라선 2018년 야당 후보로 총선에 나와 승리, 말레이시아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룬 뒤 2020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고령의 마하티르 전 총리는 전날 총선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건강 이상설에 대해선 "선거 운동을 할 만한 충분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응수했다. 다만 다시 한번 총리직을 노릴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결정한 바 없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동남아 외교가 관계자는 "2020년 이후 파카탄 하라판(PH) 등 현 야권이 안와르 등 지방 권역에서 인기를 크게 잃은 뒤 지지기반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며 "결국 전국구의 인지도와 상징성을 가진 마하티르 전 총리의 동선에 따라 말레이시아 총선 판이 요동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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