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버추얼 스튜디오 개관
대형 LED 화면에 영화 속 화면 재생
영상 속 날씨·장소·시간 정밀 통제
"미국·유럽 70% 점유한 시장 공략"
영화 '한산' 속 거북선 전투, CG 대신 바다를 배경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U자 형태로 구부러진 대형 LED(발광 다이오드) 화면에 햇빛이 쨍쨍한 뉴욕 거리가 나타난다. 그리곤 잠시 뒤 같은 공간에 비가 오더니 눈 쌓인 거리로 바뀐다. 마치 현실의 사계절을 화면 위에 그대로 옮긴 듯한 이곳은 SK텔레콤이 세운 버추얼(가상) 스튜디오, '팀스튜디오'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팀스튜디오 천장에는 동그란 판이 수십 개 달려 있는데, 스마트폰 플래시를 비추고 흔들자 불빛을 따라 동그란 판이 별빛처럼 반짝였다. 통신사 SK텔레콤은 영화 제작사도 아니면서 왜 미국 할리우드에서나 있을 법한 버추얼 스튜디오를 만들었을까.
"CG 작업 NO, 연기와 영상 제작을 한번에"
12일 방문한 SK텔레콤 팀스튜디오는 그 형태부터 독특했다. 3,050㎡(약 930평) 규모 공간에 길이 21m, 높이 5m의 LED 화면이 둥그렇게 무대를 감싸고 있었다. 팀스튜디오는 영화나 드라마, 뮤직 비디오 등에 쓰이는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대체하는 장소다. 기존 CG 스튜디오에선 배우들이 초록색 크로마키 천막 앞에서 영화 속 장면을 상상하며 연기를 펼쳤지만, 팀스튜디오는 영상에 삽입되는 실제 장면을 LED 화면에 재생해준다.
예를 들어 최근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속 치열한 해상 전투 장면이 공개됐는데 초록색 천막 앞에서 배우들이 열연하는 모습이 화제였다. 팀스튜디오에선 배우들이 영화 속 장면과 똑같이 파도가 넘실대는 배경 앞에서 연기할 수 있고, 이미 배경 화면을 함께 촬영했기 때문에 후반 작업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날 현장에선 신라시대 술놀이 도구였던 주령구(일종의 주사위)를 소재로 한 영상 제작 장면이 재연됐다. 배우가 LED 화면에 떠오른 어둑한 숲속으로 걸어나가 주령구 모양 실선 앞에 앉자 CG작업 없이도 실제 깊은 산 속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김혁 SK텔레콤 미디어지원담당 부사장은 "기존 CG 스튜디오에선 배우 연기와 CG 작업이 따로 이뤄졌지만 팀스튜디오에선 한 번에 모든 작업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팀스튜디오의 강점으로 ①경제성과 ②작품성을 꼽았다. 김 부사장은 "기존 CG 스튜디오는 세트 제작에 많은 시간이 들었고 야외 촬영은 원하는 날씨와 시간에 따른 제작 유동성이 컸다"면서 "팀스튜디오는 제작자가 원하는 공간과 날씨, 시간을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유럽 70% 차지한 시장 공략 본격화"
SK텔레콤이 팀스튜디오를 세운 이유는 영상 콘텐츠의 확장성에 있다. 영화는 물론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도 한국 제작진이 만든 오징어 게임, 수리남 등 흥행작이 이어지는 만큼 버추얼 스튜디오 수요도 크게 늘 것이라는 기대다.
업계는 현재 태동기를 맞은 버추얼 스튜디오 시장의 70%를 미국과 유럽이 점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통신사업을 통해 구축한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과 인공지능(AI) 역량,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미국과 유럽이 차지한 점유율부터 뺏어온다는 포부다.
또 아시아와 유럽, 북미 등 각지에 팀스튜디오를 만든 뒤 현지에서 찍은 영상을 즉시 받아 실시간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김 부문장은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제작자들은 해외 촬영을 나가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면서 "예능이나 화보, 콘퍼런스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로 버추얼 스튜디오의 쓰임새를 넓혀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