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 신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권의 기존 문법을 깨며 여의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 농민들을 발언자로 초청하는가 하면 회의 도중 즉흥으로 문답을 진행하며 색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통상 당 지도부가 순서대로 발언을 이어가는 것과 차이가 크다. 이를 놓고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돌발 사고'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농민 최고위 회의에 불러서 양곡관리법 의견 청취
이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1, 2부로 나눴다. 1부 '국민발언대'에서는 양곡관리법에 대한 농민단체 대표자 4명의 정책 제언을 청취했다. 국민발언대는 이 대표가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로, 주요 현안과 관련한 당사자를 회의에 초청해 의견을 들어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농민들은 입을 모아 최근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해당 개정안은 쌀값 폭락 시 정부가 자동매입(시장격리)하는 내용을 담았다. 노창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북연합회장은 "230만 농민의 소득 가운데 70%가 쌀에서 나온다"며 "양곡관리법을 통과시켜 편하게 농사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심하게 반대하지만, 경작 면적 조정을 위한 대체 작물 지원제도와 쌀 자동 격리제도를 최대한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의 운영 방식 바꾸고 유튜브 라이브서 직접 소통
이 같은 정치 실험은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당대표로 취임한 이후 광주, 전남, 부산, 제주 등 전국을 순회하며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그때마다 지역 당원들과 만나는 타운홀미팅을 가졌다. 지난 5일에는 이 대표 지시로 여의도 중앙당사에 설치한 당원휴게공간 '당원존'에서 당원 50여 명을 초대해 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대표가 이동하는 차 안에서 즐겨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도 기존 당대표들에게서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최근 이 대표가 정부 여당을 향해 유독 각을 세우는 동해상 한미일 3국 연합군사훈련 문제를 처음 꺼낸 것도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아침 회의에 앞서 준비해온 신문 스크랩 브리핑도 폐지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유튜브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첫 비공개 최고위회의에서 첫 번째로 처리한 게 바로 조중동을 포함한 신문 스크랩을 없애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시도들에 대해 신선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반면 사전 조율 부족으로 인해 메시지 혼선을 빚을 우려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이날 농민단체 대표가 "쌀값 폭락 원인 제공은 문재인 정부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의 반성을 촉구해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운영방식을 계속 조율하면서 위험 요소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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