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동물수호성인 성 프란치스코 축일 맞아
전국 각 성당서 반려동물 축복식 잇따라 열려
"(반려동물 축복식에) 참여한 신자들이 기뻐하고 반려동물에게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면서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 같았습니다."
2일 서울 용산구 용산성당에서 반려동물 축복식을 개최한 윤성호 용산성당 주임신부의 얘기다.
10월 4일 동물의 수호성인인 아시시(이탈리아의 한 지명)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을 맞아 지난주 전국 성당 곳곳에서 반려동물 축복식이 잇따라 열렸다. 이날은 독일의 작가이자 동물학자인 하이린히 짐머만의 제안으로 동물의 권리와 복지 증진을 위해 제정된 세계 동물의 날이기도 하다.
한국 천주교 최고의사결정기구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반려동물 축복식을 하라는 지침을 내리지는 않는다"며 "평소 동물에 관심이 많은 본당 주임신부의 재량으로 한다"고 했다.
반려동물 축복식은 해외에서는 이미 대중화돼 성 프란치스코 축일인 10월 4일과 또 다른 동물의 수호성인 성 안토니우스 축일인 1월 17일을 전후해 열린다. 살아 있는 개와 고양이뿐 아니라 햄스터, 토끼, 거북이 등 다양한 동물은 물론 유골이나 사진 등에 축복을 받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는 2011년 서울 성가정성당과 대전 목동성당 2곳에서 시작해 반려인구가 늘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 대부분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들도 참여할 수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나 서울대교구가 축복식 개최 여부를 주관하진 않지만 '동물축복예식' 지침은 있다. 각 성당은 지침 내용을 기반으로 축복기도와 성수를 뿌리는 방식으로 축복식을 하고 있다.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섭리대로 많은 동물들은 인간생활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어떤 것은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어떤 것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며, 어떤 것은 인간의 양식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적절한 기회에, 예컨대 어떤 성인 축일에 동물들을 축복하는 관습이 있다면 이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동물축복예식' 지침 712항
2일 열린 용산성당 반려동물 축복식에도 개와 고양이, 거북이 등을 데려온 반려인 30여 가구가 참석했다. 윤성호 주임신부가 2019년 부임한 후 매년 축복식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차량 내에서 진행했지만 올해는 시민과 동물이 성당 내 외부공간에 한데 모인 가운데 열렸다.
윤 주임신부는 "반려동물을 키우며 위로를 받는 신자들이 많이 늘어 사목적 배려로 시작했다"며 "축복식은 축복예식서의 양식에 따라 해당 성경말씀을 읽고 축복기도를 한 후 성수를 뿌려 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축복식에 참가한 이들의 만족감은 높은 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에는 "감사하고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이제 우리 멍뭉이는 축복받은 강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하자" 등 축복식에 다녀온 후기가 올라왔다. 반려견과 용산성당 축복식에 참석한 한 시민은 "신자는 아니지만 우연히 축복식을 한다는 걸 알게 돼 참석했는데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축복을 받으니 반려견이 더 건강하게 잘 지낼 것 같다"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