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공장' LG스마트파크 언론 첫 공개
46년 된 공장, 첨단 스마트팩토리로 탈바꿈
'디지털 트윈' 도입...자재 공급시간 25% 단축
기존 인력 로봇 유지보수 등 업무로 재배치
"예전엔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이 '도망'을 많이 갔죠."
냉장고에 문을 붙이는 조립라인을 지나다 LG전자 직원이 건넨 말이다. 냉장고 문의 무게는 보통 20㎏. 냉장고 하나당 문이 4개씩 들어가니 총 80㎏을 후다닥 옮겨 붙여야 한다. 체력이 소진되는 오후가 되면 불량률이 크게 올라갔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직원이 속출하는, 대표적 기피 업무였다.
하지만 지금 이곳엔 사람이 없다. 대신 1.9m 크기의 로봇팔이 자리를 메웠다. 본체가 라인에 도착하면 로봇팔이 불과 1, 2초 만에 문을 부착한다. 심지어 냉장고마다 문의 크기가 제각각이다. 최대 58종의 모델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비결은 로봇팔 상단에 붙은 3차원(3D) 카메라에 있다. 카메라가 냉장고를 촬영해 결합 홈의 정확한 위치를 보내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0.25㎜ 정도의 미세한 차이까지 반영해야 하는 정밀한 작업"이라며 "냉장고 문 부착 작업까지 자동화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공장"이라고 강조했다.
50개 물류로봇이 최대 600㎏ 적재함 운반
LG전자가 6일 경남 창원에 있는 스마트파크를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이곳은 1976년 준공돼 46년 동안 운영되다 지난해부터 지능형 자율 공장(스마트팩토리)으로 탈바꿈했다. 올해 3월 세계경제포럼(WEF)은 이곳을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밝히는 공장에 부여하는 '등대공장'으로 선정했다. LG전자는 "전 세계 103곳이 등대공장에 뽑혔는데 국내 가전기업으로는 LG전자가 유일하다"고 전했다.
공장에 들어서자 처음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닥을 쓸고 다니는 정사각형 모양의 기계였다. AGV(Automated Guided Vehicles)라 불리는 이 물류 로봇은 최대 600㎏의 적재함을 싣고 무인창고와 생산라인을 분주히 오갔다. 로봇들은 바닥에 깔린 6,000여 개의 QR코드를 통해 길을 찾는데, 한 방문객이 QR코드를 밟고 있으니 약 5m 거리에서 이동을 멈추고 경보음을 전했다. 배터리가 30% 이하로 내려가면 알아서 충전소를 찾아갔다. 총 50대에 달하는 AGV는 모두 5세대(G) 이동통신으로 연결돼 있어 끊김이나 오작동이 거의 없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이 또한 LG스마트파크에만 구축된 기술이다.
10분 뒤 상황 예측...물류로봇이 부품 자동공급
또 하나 눈에 띈 것은 공장 내 모든 상황을 10분 일찍 예측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트윈'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30초마다 공장 안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생산라인에서 10분 뒤에 벌어질 일들을 통보해준다. 자재가 부족해 생산이 정체되는 상황이나 각종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산라인에서 다양한 모델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도 디지털 트윈 기술 덕분이다. 강명석 LG전자 키친어플라이언스생산선진화 리더는 "공장 전체의 데이터를 분석해 혼류(混流) 생산 공정에 제품을 제때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동화를 통해 생산효율이 크게 올라갔다. 자재 공급시간은 25% 정도 단축했고, 설비 고장에 따라 작업이 중단되는 시간은 자동화 이전 대비 96% 줄었다. 강 리더는 "과거에는 냉장고 하나에 14, 15초가 걸렸다는데, 지금은 13초 이하로 단축됐다"고 전했다. 자동화에도 불구하고 전체 고용 인원은 큰 변동이 없다. 기존 인력들을 로봇을 관리하는 업무 등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강 리더는 "스마트파크서 일하는 직원 수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협력사 일자리는 가전 수요가 늘면서 오히려 10∼15% 늘었다"고 설명했다.
LG스마트파크의 현재 자동화율은 65% 정도다. LG전자는 이 공장이 최종 완공되는 2025년까지 냉장고 라인을 추가하고 오븐과 식기세척기 라인 등을 가동할 예정이다. 또 창원 LG스마트파크에 이어 글로벌 생산 거점에도 단계적으로 지능형 자율 공장을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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