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 유력' 멜로니 '반(反)이민 정책' 예고
교황 "지중해는 전세계 가장 큰 공동묘지" 비판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민자를 배척하는 건 역겹고 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구호로 차기 총리 자리를 예약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비등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9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유대인들에게 이방인으로 여겨졌던 사마리아인의 한센병을 예수가 치료했다'는 성경 내용을 언급했다. 평생 이민자를 위해 헌신한 스칼라브리니 주교를 성자로 인정하며 인용한 구절이었다.
핵심은 뒤에 나왔다. 교황은 "(예수의) 이 모습은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다"며 "여전히 많은 형태의 소외로 사회가 얼룩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건 눈앞에서 그들이 죽는 것을 보겠다는 것"이라며 "이민자를 배제하는 건 추잡하고, 혐오스러우며, 죄스러운 것이자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엔 신자 5만 명가량이 참석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민자 포용을 자주 강조해온 교황이지만, 이날 발언은 유독 강도가 셌다. 극우 정치인인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의 총리 취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기에 수위를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멜로니 대표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본국 송환을 가속화하고, 더 엄격한 망명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지중해를 통한 아프리카인의 불법 이민을 막아야 한다며 해안 봉쇄 필요성도 주장한 바 있다. 교황은 미사에서 "지중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라고 말했다.
지난달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우파 연합이 승리할 것이라는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당일에도 교황은 선거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삼간 채 "이민자들은 환영받아야 하고, 통합되어야 한다"는 말로 멜로니 대표를 견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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