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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약자 배려한 '장수의자' ...일상 바꾸는 공공디자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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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약자 배려한 '장수의자' ...일상 바꾸는 공공디자인의 힘

입력
2022.10.12 04: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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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2' 개막
문화역서울284 등 전국 80여 곳 거점서
사례 공유와 전시, 시장 등 선보여

노인들의 보행사고를 막기 위한 '장수의자'.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제공

노인들의 보행사고를 막기 위한 '장수의자'.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제공

도심을 걷다 보면 흔하게 마주치는 8차선 도로의 건널목. 건너는 시간만큼 횡단보도 대기 시간도 길다. 다리가 불편한 노인들은 이 시간을 견디는 게 힘에 부친다. 다음 신호를 기다리지 못해 무단횡단을 하는 위태로운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건너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이 장면.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제3회 공공디자인 국민아이디어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받은 '장수의자'는 현직 경찰관의 고민에서 시작했다. 교통 약자인 노인들이 신호 대기 시간을 편하게 기다리게 하기 위해 신호등 기둥에 작은 간이 의자를 설치해 잠깐이라도 앉아있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장수의자는 경기 남양주시와 포천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 70여 곳에 설치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생활 속 아이디어로 탄생한 공공디자인이다.

이처럼 공공성과 미적 감각을 살린 디자인을 만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함께 30일까지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역서울284와 성수동 문화공간 등 전국 80여 곳에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2’를 개최한다. 전시와 토론회 등을 통해 우수한 공공디자인 사례를 공유하는 기회다. '장수의자'를 포함해 어린이 보행안전을 위한 태그, 방치된 장소를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한 '율하문화마당' 등 민관이 협력한 공공디자인 사례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 '길몸삶터'에 선보인 시소 '동글동글동글'.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제공

전시 '길몸삶터'에 선보인 시소 '동글동글동글'.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제공

주제전인 '길몸삶터-일상에서 누리는 널리 이로운 디자인'이 열리는 문화역서울284에서는 42명의 작가들이 고심한 공공디자인을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에서 독특한 모양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시소 '동글동글동글'을 포함해 각종 민원서류의 개선을 제시한 '모두의 민원', 정류장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움직이는 정류장', 노숙인들을 위한 공간 아이디어를 내놓은 스튜디오 페시의 'CCC' 등 실용성과 멋을 동시에 잡은 공공디자인이다.

기후재앙의 위험 속에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아이디어들도 눈길을 끈다. 폐마스크를 활용한 가구와 조명, 친환경 종이 개발과 폐지 재사용·재활용 방안 등이다. 인간의 욕망에 따른 선인장과 꽃의 상품화·산업화 과정을 조사·연구한 결과물이나 꿀벌 등 곤충들과의 공생을 위한 아이디어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비인간 생물과의 공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시장 한편에선 관람객들이 생산자들과 소통하며 가치 소비의 의미를 되새기는 장터도 마련됐다.

성수동 일대에서는 지역 내 공간, 브랜드들이 참여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소개하는 행사도 열린다. '1% 베터(Better): 세상을 바꾸는 아주 작은 변화'란 주제의 전시와 시장 등이 16일까지 예정돼 있다. 주제전 감독인 안병학 홍익대 교수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실은 누군가를 통해 디자인된 사물들을 통해 공공디자인이 전문가·공공기관의 영역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과 얼마나 밀접한지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어른과 아이가 즐길 수 있는 '서로서로 놀이터'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 설치됐다.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제공

어른과 아이가 즐길 수 있는 '서로서로 놀이터'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 설치됐다.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제공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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